종신 민원, 변액의 2배 … 변액보험은 주식시장 따라 변화

생명보험사들은 종신보험, 연금보험, 변액보험을 주로 판매한다. 이 가운데 어떤 보험상품에서 민원이 발생했고 보험사별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보험으로 설명하는 '불완전판매'가 많이 발생하는 종신보험에서 민원이 가장 많았다. 변액보험이나 연금보험 민원의 2∼3배 수준이다.

5일 내일신문이 생명보험협회 공시실에 게시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치 환산민원건수(보유계약 10만건당 민원건수) 데이터를 취합·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한 상품은 종신보험이었고 다음이 변액보험, 연금보험 순이었다. 생보사들이 보장성보험과 저축보험도 취급하지만 이 3가지 상품에 비해서는 민원건수는 미미한 편이었다.

종신보험은 4년 평균 환산민원건수가 29.74건이었는데 이는 10만건당 29건의 민원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다음은 변액보험으로 13.45건이었고 연금보험은 10.22건이었다. 종신보험 민원은 변액보험이나 연금보험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생보 상품별 민원 추이' 그래프 참조>

◆종신보험, AIA·KB 민원 적어 = 종신보험 민원은 2019~2022년 4년 동안 KDB생명(145.84건)과 DGB생명(105.31건)에서 많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대상이 된 15개 생보사의 종신보험 4년 평균 민원건수는 29.74건이었다.

KDB생명의 경우 환산민원건수가 2019년 60.21건에서 2020년 189.09건으로 급증한 후 2021년 157.49건, 2022년 176.57건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DGB생명은 2019년 138.28건, 2020년 97.33건, 2021년 108.13건, 2022년 77.50건으로 집계됐다.


그 다음으로는 신한라이프였는데 2019년에는 31.67건으로 당시 평균(25.06건)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으나 2020년에는 50.59건, 2021년 49.84건으로 증가했다. 2022년에는 다시 31.79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2021년 2분기까지는 존속법인인 구 신한생명의 자료이고 2021년 3분기부터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사인 신한라이프 데이터여서 환산민원 수치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종신보험 민원이 많은 3사 모두 2021년부터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며 불완전판매를 줄여나가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종신보험은 판매과정에서 고금리 저축성 보험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보험에 가입했던 소비자들이 나중에 자신이 가입한 상품이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인 것을 알고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기간 종신보험 민원이 적었던 보험사는 AIA생명과 KB라이프였다. AIA생명은 4년 평균 3.24건으로, 2019년 5.81건 2020년 2.60건, 2021년 2.31건, 2022년 2.22건으로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KB라이프(구 푸르덴셜)는 4년 평균 6.44건으로 2019년 7.40건, 2020년 7.56건, 2021년 5.94건 2022년 4.85건으로 집계됐다.

◆변액보험, 동양·KB 민원 적어 =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한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변액보험은 특성상 사전 설명이 부족한 경우 소비자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보험금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어 민원이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 기간에는 주식시장으로 유동성이 몰리며 2021년 증시가 활기를 띠면서 변액보험 전체 민원 추이는 감소세를 보였다.

회사별 민원은 KDB생명, 흥국생명, 삼성생명 3사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조사대상으로 한 15개 생보사 중 DGB생명은 2019년 변액보험 계약건수가 적어 환산민원건수에 주는 영향이 커 제외했다.

4년간 변액보험 민원 전체 평균은 14.29건이었는데, KDB생명이 35.19건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흥국생명이 17.99건, 삼성생명이 17.49건을 기록했다.

KDB생명은 2019년(17.44건)과 2020년(18.07건)에 비해 2021년(51.42건)과 2022년(53.82건)에 민원이 2배 이상 늘어난 반면 흥국생명은 2019년 21.72건에서 2020년 28.93건으로 늘었다가 2021년 13.07건, 2022년 8.26건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변액보험 민원이 적은 생보사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으로 나타났다. 4년간 동양생명은 5.30건, KB라이프(구 푸르덴셜)는 8.12건으로 나타났다.

◆연금보험, 흥국·동양 양호 = 4년 동안 연금보험 민원이 많이 발생한 곳은 KDB생명과 신한라이프로 나타났다. 연금보험의 4년 평균 민원건수는 10.22건이었는데 KDB생명과 신한라이프는 68.63건, 20.96건으로 각각 약 7배, 2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9~2022년 4년간 연금보험 민원이 적었던 생보사는 흥국생명(1.48건)과 동양생명(1.79건)이었다. 흥국생명은 2019년 2.10건, 2020년 1.30건, 2021년 1.36건, 2022년 1.18건으로 전반적으로 매우 양호했고 동양생명 역시 2019년 3.30건, 2020년 0.79건, 2021년 1.80건, 2022년 1.26건으로 민원 발생이 드물었다.

연금보험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즉시연금 문제로 인해 최근까지도 소비자와 보험사간 법적 다툼이 이어져 오고 있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맡긴 뒤 즉시 또는 일정 기간 거치 후 연금처럼 매달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가입자들은 매월 지급되는 연금이 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차감한 순보험료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인 '공시이율 적용이익'으로 생각하고 이 보험을 계약했는데 실제로 받은 연금액이 공시이율 적용이익에 못 미치면서 문제가 됐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실에 게시된 회사별 민원건수. 사진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

민원건수 어떻게 취합 분석했나
생명보험협회 공시실에는 '민원건수'가 분기별로 게시된다. 회사별로 발생한 '민원건수'와 함께 '환산민원건수'가 올라와 있다.
민원건수는 절대적인 수치로, 일반적으로 보유계약이 많은 대형사일수록 많고 보유계약이 적으면 민원도 덜 발생한다.
반면 환산민원건수는 보유계약 10만건당 발생한 민원건수를 뜻하는 것으로, 민원이 발생하는 비율 또는 빈도를 보여준다.
다만 보유계약 수가 너무 적으면 민원건수가 많지 않아도 환산민원건수가 빨리 올라가는 부분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보유계약 수가 다른 회사에 비해 너무 작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조사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DGB생명의 경우 2019년 변액보험 보유계약 건수가 다른 보험사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보고 변액보험 분석에서 제외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에서 매년 내는 금융민원 동향을 참조해 개별 보험사의 민원이 전체 민원건수의 2% 미만인 경우에도 조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생명보험사 총 15개사를 분석 대상으로 꼽았다.
민원 데이터가 분기별로 공시되다보니 연간 데이터로 만들기 위해 1~4분기의 환산민원건수를 단순 평균해 연간 환산민원건수를 도출했다. 이미 환산된 수치를 다시 평균을 내는 방식이어서 실제 연간 환산민원건수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연도별 추세나 다른 보험사와의 비교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느 회사에서, 어떤 상품에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데는 충분할 것이라고 본다.

["2019∼2022 보험 민원건수 분석" 연재기사]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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