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송 위스콘신대

저소득층 아이들이 학기 중에는 부유한 또래 아이들보다 학업 성취도가 높았다가 여름방학이 지난 후 뒤처진다. 그 이유는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 여름캠프 '공동양육' 등의 도움으로 학업능력을 발전시켜 나갈 기회를 지속해서 얻지만 저소득층 자녀는 그런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모들은 연말 연휴가 끝나자마자 여름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여름캠프 등록이 대체로 1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 부모는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여름방학 내내 혹은 오랜 기간에 걸쳐 운영되고, 부모가 일하는 시간까지 모두 반영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여름 프로그램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지자체의 공원 및 관련 부서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지만 자리가 충분하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캠프 등록은 선착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유명 콘서트 입장권을 구하는 것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름캠프 몇몇은 등록시작 후 5분도 채 되지 않아 마감되기도 한다. 엄청난 수요와 그에 미치지 못하는 한정된 프로그램 수 때문에 불합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몇몇 부모들은 여름캠프 관련 엑셀파일까지 만들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 해당 파일에 캠프 종류, 등록날짜 등 세부적인 일정을 최대한 모두 반영해 기재해두기 때문에 공석이 생기면 바로 확인해 등록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미국 부모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반영한다. 보편적인 보육 서비스의 부족은 1년 내내 부모들에게 골칫거리이지만 여름은 특히 더하다. 미국 부모들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온종일 아이가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놓인다.

미국진보센터의 2019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3/4이 여름방학 보육 프로그램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보육 현실은 전체 부모의 1/5만 집에 머무르는 대부분의 미국 가정의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연초부터 시작되는 여름캠프 전쟁

사실 여름캠프는 공교육을 대신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다. 산업혁명기 부유한 아이들이 여름방학 동안 할 일 없이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자, 아이들이 야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대안으로 캠프가 인기를 얻게 되었다. 당시에는 보육시설이 전혀 없었고, 많은 아이가 공장이나 광산에서 부모와 함께 일해야만 했다.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보육방법은 탁아소였으며, 탁아소 직원들은 코를 닦아주거나 이빨을 닦아주는 등 주로 관리적인 역할에 그쳤을 뿐 학업 관련 프로그램은 전혀 없었다.

위스콘신대학의 사회학자 제시카 칼라르코의 분석에 따르면 여름캠프의 성격은 1980년대 이후 달라졌다고 한다. 칼라르코는 자녀가 혼자 집에 있을 수 있는 최소 연령에 관한 새로운 법과 자녀의 대학입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전문 캠프에 대한 특정 부모들의 열망 등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여름에만 수요가 몰리는 캠프의 특성상, 부모들의 선택 폭은 줄고 캠프가격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저렴한 여름캠프가 부족하다 보니 부모들의 선택은 소득계층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여름캠프를 찾기 위한 1~2월의 등록 대란은 대부분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아만다 렌하트의 연구에 따르면 2018년 부모의 약 1/3이 자녀를 캠프에 보내고 있으며, 대졸 부모의 자녀가 대학에 가지 못한 부모의 자녀보다 캠프 참석률이 7배나 높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문제는 미국의 모든 부모가 자녀를 여름 프로그램에 보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이러한 프로그램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 아동은 참가할 기회가 없다. 미국 아동 대부분이 전일제 보모가 없는 가정에서 자라야 하는 현실에서, 저소득층 부모는 전일제 보모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서는 제한된 급여의 상당 부분을 비용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캠프에 등록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 부모는 여름방학이 되면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직장생활 전체를 조정해야 하는 때도 있다. 미국진보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가정은 적어도 1명 이상의 부모가 소득감소를 초래할 직업으로 변경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그들은 저임금 직업이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의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여름마다 소득계층별 성취도 격차 벌어져

더불어 매년 여름마다 소득계층에 따라 성취도 격차가 벌어지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된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사회학자 칼 알렉산더는 볼티모어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650명의 아동을 추적해 여름방학이 시작하는 6월과 여름방학이 끝난 후인 9월에 캘리포니아 성취도 시험점수를 비교했다. 알렉산더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학기 중에는 부유한 또래 아이들보다 학업 성취도가 높았다가 여름방학이 지난 후 뒤처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 여름캠프 '공동양육' 등의 도움으로 학업능력을 발전시켜 나갈 기회를 지속해서 얻은 것을 그 원인으로 설명한다.

그는 이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도 나타나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학생 간의 성취도 격차의 절반 이상이 여름방학에 발생하는 학습불균형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여름방학 학습불균형은 대학에 진학해 취업준비 능력을 갖추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여름방학은 공교육의 기본전제인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곳곳에서는 여름방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들이 시도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중단되기는 했지만, 2020년 초 뉴욕시 의원 2명이 뉴욕시의 모든 청소년에게 무료 여름캠프를 제공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022년에는 미국의 여러 학교에서 코로나 관련 구호기금을 사용해 일시적으로 무료 여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수백만명의 맞벌이 부모들은 이러한 정책들을 통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일회성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연중 운영되는 교육 시스템 요구 커져

이에 따라 연중 내내 운영되는 초중고 교육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개혁은 교사에게는 안정적이고 더 나은 급여를, 부모에게는 믿을 수 있고 안전한 선택권을, 아이에게는 더 나은 교육 경험을 제공하는 등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뉴멕시코와 버몬트 등 몇몇 주에서는 필요한 보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보인다.

연중 교육일수의 연장은 이미 오랫동안 미국 교육현장에서 논의되었던 주제다.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의 국가교육우수성위원회에서도 수업시간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당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미국의 교육 성과와 이로 인한 국가안보와 경제적 우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위원회는 수업일수 연장을 지지했다. 미국보다 더 많은 출석일수를 의무로 한 중국과 인도 등의 아이들과 비교하면 미국 아이들이 경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했던, 미 교육부 장관 안 덩컨(Arne Duncan)의 우려도 이러한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아직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비용문제와 학부모, 관광업계, 일부 정책 입안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아직 미국 학교의 4%만 연중 학사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오랜 기간의 방학이 존재한다.

물론 미국에서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을 도입하려면 꽤 큰 자금이 들고 새로운 법안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문화적 인식적 변화도 필요하다. 미국 사회가 가족의 문제는 각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학교 직장 보육이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으로 철학을 바꾸지 않는 한 여름방학은 당분간 끝날 것 같지 않다.

김찬송 위스콘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