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원 CA 변호사·회계사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 자율주행택시 운행이 허용된 후 찬반논란이 가열됐다. 반대자들은 로보택시로 인한 교통정체나 응급구조차 소방차 운행방해 등의 사례를 들어 안전성과 효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반면 업계 기술진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사람 운전자보다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반박한다.

지난 1년여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충격적인 광경을 보는 일이 흔해졌다.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도시의 거리를 휘젓고 다니고 값비싼 전자센서가 길을 안내한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밤 특정시간에 도로 위 자동차 10대 중 1대가 자율주행택시일 정도로 로보택시는 이미 일상적 풍경이 됐다.

캘리포니아주 자율주행차 규제를 담당하는 '캘리포니아 공공사업위원회'는 지난달 10일 구글 웨이모와 지엠 크루즈가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 하루 24시간 유료 로보택시를 운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확장에 찬성표를 던진 후크 위원은 해당 회사들이 주정부가 정한 요구사항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문제가 발생한 후 문제를 검토하고 자동차와 상호작용할 소방관 등 비상요원을 위한 교육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가 시와 직접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대표를 던진 제너비브 시로마 위원은 "위원회가 이 교통수단의 안전을 평가하고 통합할 충분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율주행차가 소방관과 경찰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는 로보택시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두차례 연기된 끝에 이뤄졌다. 지난 5월 공공사업위원회가 결의안 초안을 공개한 이후 로보택시 지지자와 반대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경찰과 소방서 등 안전담당 기관과 반대자들은 로보택시로 인한 교통정체나 응급구조차 소방차 운행방해 등의 사례가 발생한 점을 들어 로보택시의 안전성과 효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 관계자는 소방 호스나 끊어진 전선과 같은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난 뒤 자율주행차가 종종 정지되고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업계 기술진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사람 운전자보다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로보택시가 운전자의 차별이나 괴롭힘을 걱정할 필요없이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두 회사는 기존의 차량호출 택시업체 우버, 리프트와 직접 경쟁할 수 있게 됐다. 크루즈의 글로벌 정부업무 담당 사장인 프라샨티 라만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을 "업계의 역사적인 이정표"라고 추켜세웠다. 웨이모는 고객에게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며 앞으로 몇주 안에 대기자 명단에 있는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라이더로 초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자율주행 환경

자율주행자동차가 도시의 심각한 장애를 야기하거나 비난을 받은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몇가지 논란이 일 만한 사건을 일으켰다. 크루즈 무인차량이 샌프란시스코의 포장공사 현장에 진입해 아직 굳지 않은 콘크리트에 갇힌 적이 있다. 이 사건은 캘리포니아 규제당국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택시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합의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발생했다. 차량이 어떻게 콘크리트에 갇혔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샌프란시스코 공공사업부 대변인 레이첼 고든은 골든 게이트 애비뉴의 포장공사 표시가 있었고 블록양쪽 끝에 깃발을 들고 있는 작업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크루즈의 로보택시가 교통사고 환자를 태운 응급차를 90초간 가로막아 환자병원으로 이송되는 시간이 늦어졌고, 결국 이 환자는 병원 도착 후 사망선고를 받은 사건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캘리포니아대 산타바바라 캠퍼스의 기술경영학과 레오나디 교수는 "무인자동차가 완벽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한다. 레오나디 교수는 "학습할 수 있으려면 다양한 사용 사례를 경험해야 하는데, 굳지 않은 콘크리트 도로를 운전하는 것도 그러한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자동차가 굳지 않은 콘크리트와 같은 조건에 직면할 때 "그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고 다음에 무엇을 더 잘 해야 할지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10대에 달하는 크루즈 무인차가 샌프란시스코 노스비치의 음악축제 근처에서 작동을 멈춰 교통이 정체됐다고 한다. 크루즈는 성명을 통해 로보택시가 그 주말에 수천명의 콘서트 참석자들을 성공적으로 수송했지만 '제한된 밴드 폭 문제'로 인해 회사의 원격조작자가 여러대의 차량을 조종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시 기록에 따르면 지난 1월 크루즈 차량이 소방관들이 작업중인 지역에 진입했고, 소방관이 '보닛을 두드리고 차량 창문을 깨뜨리기 시작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5월에는 웨이모 무인차량이 후진하던 소방차를 막기도 했다.

시 공무원들은 자동차가 응급구조대의 출동을 방해하고 있으며 이를 운영하는 회사가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주장한다.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은 지난 주말 발생한 5건의 신고를 포함해 올해 소방관들이 자율주행차를 처리해야 했던 55건의 사건을 거론했다.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장은 "그들의 차량을 돌보는 건 우리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방관이 30분 동안 움직이지 않는 자율주행차를 감시해야 하는 사례는 "용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약 600건의 사건이 기록됐으며, 여기에는 차량이 예기치 않게 정지하거나 불법회전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사고발생 시 평균 대응시간은 웨이모의 경우 10분, 크루즈의 경우 14분이었다고 회사 대표들이 청문회에서 밝혔다. 기술자는 자동차의 AI 시스템에 일부 지침을 제공할 수 있지만 원격으로 차량을 작동할 수는 없다. 크루즈는 올해 1월 1일부터 7월 18일까지 차량이 도로에 멈춰 처리해야 했던 177건의 탑승을 보고했으며 그중 26건에는 승객이 타고 있었다. 웨이모는 2023년 상반기 승객이 탑승한 차량을 회수해야 했던 사건이 58건이었다고 밝혔다.

자율자동차가 인간 운전자보다 더 안전?

웨이모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회사가 첫 100만마일의 완전 자율주행에서 보고할 만한 사고나 부상은 없었으며 모든 충돌이 인간의 규칙위반이나 위험한 행동으로 인해 발생했다"라고 주장했다. 크루즈 대변인 드류 푸사테리는 "회사가 현재 도로에 있는 다른 많은 차량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규제 당국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교통국의 자율주행정책 수석관리자인 줄리아 프리들랜더는 회사의 데이터가 불완전하다고 주장했다. 웨이모와 크루즈는 매분기 총 충돌 및 사고건수를 보고해야 하지만 이는 '사고가 차량에 탑승한 승객이나 대중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자율주행차에 대해 크루즈는 지난 4월 성명에서 "첫 100만마일 동안 우리의 자율주행차는 비슷한 운전환경에서 인간 운전자보다 충돌이 적었고, 심각한 충돌에 연루된 것은 더 적었다"고 주장했다. 미 도로교통안전국 집계에 따르면 2020년 과속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1200명, 부상자는 30만8000명에 이른다. 이는 미국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약 1/3, 부상자의 13%에 해당한다. 두 회사는 과속방지 등 안전프로그램이 탑재된 로보택시는 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샌프란시스코 실험에 쏠린 관심

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엔 80만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한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다. 자율주행차가 이 도시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지역사회에서의 생존가능성을 가늠하는 신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성공한다면 기술 및 자동차산업이 자율주행기술에 투자한 수십억달러가 결국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첫 신호가 될 것이다.

논란이 많지만 유료 로보택시의 전면 허용은 세계 첨단 기술업체들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를 초기 단계 자율주행차 산업의 중심지로 각인시킬 전망이다.

서민원 CA 변호사·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