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인간적 대통령·여당, 막장엔 막장으로"

탄핵·해임 등 전면전 … 체포동의안 부결 쪽 가닥

'김영삼 방식 단식'으로 '내부결속' 다질지 주목

국회 제 1당이면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죽음을 무릅쓴 '19일 단식'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진심'이 공개적으로 드러났고 확인했다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단식과 관련한 언급을 피했고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단식장에 방문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서는 '누가 단식하라고 했냐'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여당 대표와 여당 의원들은 조롱과 비아냥으로 일관하다가 뒤늦게 공개발언과 SNS로 '단식중단'을 요구했을 뿐 단식장엔 들르지도 않았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막장에는 막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상 전면전 선포에 가깝다. 대치의 칼날이 날카롭게 선 느낌이다.

18일 이재명 대표의 모 측근 인사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예상은 했지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여당 대표와 의원들이 이 정도로 비인간적인지는 몰랐다"면서 "아무리 미워도 '차라리 죽으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완전히 막장"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이재명 당대표가 의식 혼미한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며 "사람이 죽어 가도 눈물 한 방울 없을 무도하고 비정한 정권과 무슨 대화가 가능하겠는가"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단식 중 윤 대통령의 무시와 여당의 조롱을 확인했고 당내의 비판적인 목소리도 들었다.

앞의 측근 인사는 "이 대표가 단식 하면서도 초반에는 SNS도 보고, 뉴스도 보고 하면서 대통령실과 당내 여론 등도 모두 확인했다"면서 "단식을 중간에 끝내기 어려운 국면으로 점점 몰고 갔다"고 했다. 여당 지도부와 여당 의원들은 막말에 가까운 조롱으로 일관했고 김기현 대표는 마지못해 공개발언을 통해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무수석,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단 한 마디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누가 단식을 하라고 했나, 단식을 중단하지 말라고 했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대표가 SNS에 "이 대표가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즉시 여야대표 회담을 열고 민생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미 수 차례의 1대 1 공개 토론 약속이 깨진 상황에서 민주당에서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단식 중에 강성 보수 색채가 뚜렷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후보자, 유인촌 문화부 장관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후보자 등을 지명하고 감사원은 문재인정부 통계조작 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으로 2차례의 조사를 단행했다. 민주당은 야당과 이 대표에 대한 공격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윤석열정부의 민낯을 확인했다 =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반감'을 명확하게 확인한 만큼 '단일대오'로 밀어붙이는 것만 남았다는 게 야당 지도부와 이재명 대표 측근의 판단이다.

민주당 내부에 정통한 핵심관계자는 "이 대표나 민주당에 대한 윤 대통령과 여당의 태도나 입장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더이상 타협이나 대화는 물론이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남은 것은 당내 단결을 통해 윤 대통령과 여당을 공략하는 것"이라며 "지난 주 비상의총을 통해 나온 결의안을 보면 구체적으로 액션플랜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 비상의총 결의문 중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즉시 제출한다 △순직 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진상규명 특검법의 관철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즉각 돌입한다 △불법을 저지른 검사에 대한 탄핵절차를 추진한다는 내용은 '즉시 제출', '즉각 돌입' '절차 추진' 등 '실천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해임건의안 즉시 제출이나 특검법 절차 즉각 돌입, 검사 탄핵절차 추진 등은 단순 결의나 합의가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선언"이라며 "이제는 행동으로 구체적으로 옮길 것"이라고 했다.

◆눈치 안 보고 '강대강' = 민주당 지도부는 대정부투쟁 강도를 전면전으로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비상 의총에서 '윤석열정권의 실정과 폭압에 맞서 시민사회를 포함한 모든 세력과 함께 국민 항쟁에 나설 것'이라고 결의한 대목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또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는 '부결'쪽으로 가닥을 잡아 놨다. '비명계'(비이재명계)나 '반명계'(반이재명계)의 반발에도 지지층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정 의원은 "막장권력의 폭정에 의회민주주의 운운하다 그냥 폭망하지 않으려면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더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대표 중심으로 더 강하게 뭉쳐야 살 길이 보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최근 분석해보니 30명 정도의 의원들이 여전히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가결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서는 체포동의안 부결을 통해 이 대표를 살리고 정권과 검찰에 맞서야 한다"고 했다.

당장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예산안심사 등에서 '강대강'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단식을 끊지 않고 이어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두환정권의 가택연금 중에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인 1983년 5월 18일부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8일간 단식 후 병원으로 옮겨진 후 15일 동안 '링거 단식'을 단행, 23일간 단식이 이뤄졌다. 이 단식은 이후 민주화 투쟁의 불길을 당겼고 야권의 양대 계파인 김영삼의 상도동계와 김대중의 동교동계가 다시 뭉치는 계기가 됐다. 내부결속을 다진 셈이다. 이 대표를 잘 아는 측근 인사는 "이재명 대표는 소년공 시절부터 고통에 대해 맞서왔고 스스로 잘 견뎌왔다"면서 "웬만해서는 단식을 자의적으로 끊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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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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