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통계 최소 94회 조작, 관련자 22명 수사 요청" 감사원 발표

대통령실 "문재인정권 회계조작" 여 "문, 어디까지 관여했나"

문 전 대통령, SNS에 글 올려 우회 반박 … 민주당 "조작 감사"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또 한번 충돌했다. '홍범도 흉상' 이전 문제로 표면화됐던 신구권력간 갈등이 이번엔 통계 조작 논란으로도 이어질 조짐이다.

감사원, 주택·소득·고용 등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관련 발표 |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문재인정부 당시 집값, 소득, 고용 등 3대 국가 통계가 조작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15일 대통실은 전 정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가의 기본 정책 통계마저 조작해 국민을 기망한 정부는 기업으로 치자면 '주식회사 문재인 정권'의 주주인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거래 상대방인 해외 투자자와 해외 시장을 기망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주식회사 대한민국' 회계조작 사건을 엄정하게 다스리고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문재인정부를 조준해 "하나하나 뜯어보면 회계가 전부 분식"이라고 지적했던 것과 맥락이 이어진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17일 페이스북에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작성한 '문재인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 보고서를 공유했다. 문 전 대통령은 "문재인·민주당 정부 동안 고용률과 청년고용률 사상 최고,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격차 감소 및 사회보험 가입 확대, 저임금 노동자 비율과 임금 불평등 대폭 축소, 노동분배율 대폭 개선, 장시간 노동 및 실노동시간 대폭 단축, 산재사고 사망자 대폭 감소, 노동조합 조직원 수와 조직률 크게 증가, 파업 발생 건수와 근로 손실 일수 안정,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문재인정부가 고용노동 지표 악화를 숨기기 위해 통계조작을 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신구권력이 홍범도 흉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 날카로운 언급을 주고받은 이후 다시 한번 충돌하자 여야 정치권 공방도 최고조에 이른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7일 페이스북 글에서 문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김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엉터리 경제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 왜곡했다"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도 밝혀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시 통계 조작에 가담하고, 배후에서 국기 문란 행위를 직간접으로 지시한 인사들을 끝까지 발본색원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반격에 나섰다. 강선우 대변인은 15일 논평에서 "전 정부를 탄압해 현 정부의 실정을 가리기 위한 윤석열 정권의 파렴치한 정치공작"이라면서 "중립을 지켜야 할 감사원이 앞장서서 정권의 친위대를 자처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있지도 않은 통계조작을 만들어낸 감사원의 '조작 감사'야말로 국기 문란"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고위 인사들이 주도한 정책포럼 '사의재'의 방정균 운영위원장은 18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감사원이 악의적으로 KB시세와 부동산원 시세를 비교하면서 통계조작이 있었다라고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감사원은 15일 문재인정부 당시 집값, 소득, 고용 등 주요 국가통계를 작성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 통계청 등을 압박해 수치를 조작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집값 통계의 경우 2017년 6월부터 문 전 대통령 퇴임 6개월 전인 2021년 11월까지 약 230회 발표 중 94회 조작이 이뤄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4명(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이호승)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김학균 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윤종원 안일환 전 경제수석과 노형욱 전 국토부 장관 등 7명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 참고 자료를 보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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