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시행 예정

경찰이 경찰착용기록장치인 '보디캠'(신체에 부착해 현장을 촬영하는 이동형 카메라)을 정식 도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동안 경찰관들이 범죄 예방과 증거 수집 등의 목적으로 사비를 들여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공식 경찰장비로 분류돼 정부 예산으로 구입·보급된다. 이에 따라 흉악범죄와 악성 민원에 대응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보디캠 운영과 기록물 관리 기준은 명문화해 개인정보 보호도 강화했다.

15일 국회와 경찰청에 따르면 보디캠의 합법적 도입 근거와 구체적 사용 기준을 담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를 통과한 일부개정법률안은 지성호 의원(국민의힘)과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각각 2022년 5월과 작년 2월 발의한 개정안 내용을 통합·조정한 대안으로, 공포 6개월 후인 올 하반기 시행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경찰관이 직무수행을 위해 보디캠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 기준을 마련했다.

보디캠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으로 △피의자 체포·구속 △범죄수사 (범행 중·직전·직후이면서 증거보전 필요성·긴급성이 있을 때) △대상자의 요청·동의를 얻은 경우 등에 한해 최소 범위에서 쓸 수 있게 했다.

개정안에는 또 보디캠 사용 고지 의무와 기록정보 관리체계 운영 기준도 명시됐다.

경찰관은 보디캠으로 사람 또는 그 사람과 관련된 사물의 영상을 촬영할 때 불빛, 소리, 안내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촬영 사실을 표시하고 알려야 한다. 촬영한 영상음성기록은 지체 없이 데이터베이스에 전송·저장해야 하고 임의로 편집·복사·삭제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앞서 경찰은 2015∼2021년 '웨어러블 폴리스캠 시스템 운영 규칙'(경찰청 훈령)에 근거해 보디캠을 시범 운영했다.

경찰관들은 현장 증거 확보와 경찰에 대한 폭언과 폭행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보디캠 사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찰청 '웨어러블 폴리스캠 시범사업 운영종료 보고'에 따르면 보디캠을 시범 운영하던 2020년 조사에서 경찰관들의 73%가 통제를 강화해 운영해도 보디캠을 사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개인의 기본권 침해 우려와 법적 근거미흡 등의 문제가 불거져 정식으로 도입하지는 못했다. 이후 업무상 보디캠이 필요한 지역경찰과 교통외근경찰이 사비를 들여 장비를 구매해 자율적으로 사용했다.

이마저도 지난해 9월 이후 제약이 생겼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보디캠을 포함한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운영 제한 규정이 신설돼 개인 차원에서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디캠 도입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고 지난해 9월에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보디캠과 관련한 근거 조항이 일부 마련되기도 했다. 이어 이번에는 정식 도입의 근거가 되는 법안이 마련된 것이다.

경찰은 우수한 성능을 갖춘 장비를 충분히 보급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일선 경찰관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보급 대수와 도입 일정을 예산당국과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당초 올해 5800여대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총 5만5000여대의 보디캠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관련 예산은 올해 88억원, 2028년까지 총 828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부처 간 협의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수정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실제 도입 물량과 예산은 다소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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