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정비계획 활용 넘어 미래가치 분석

"건설업 분야는 기술과 혁신에서 가장 느린 행보를 보여 왔다. AI를 활용한 무인 자율화를 통해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을 가능케 하겠다. 인류의 안전을 위해 HD현대는 건설업을 혁신하려 한다."

고화질 영상장비를 장착한 POS-VISION으로 아파트 외벽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이앤씨 제공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4 기조연설 발언이다.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AI적용 건설장비로 현장 무인 자율화를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건설업에도 이처럼 AI(인공지능)기술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설계 시공 장비를 넘어 고객응대 분야까지 속속들이 접목되고 있다. 건설분야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미국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세계건설시장에서 AI분야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13억3600억달러에서 2023년 20억1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면서 연평균 성장률을 35%로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APAC)이 향후 가장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양한 분야 인프라 투자 증가로 인해 시장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DL이앤씨 직원들이 AI가 도출한 설계안을 두고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DL이앤씨 제공


국내 건설사들은 이런 변화에 AI를 앞세운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얻으려 잰걸음이 한창이다.

DL이앤씨는 지난해 5월 해저 분기터널이라는 AI기반 설계방식으로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자체 개발한 'BIM(빌딩정보모델링) 터널 설계 패키지'를 통해 차별화한 설계안이 주목받았다. AI기반의 제너레이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을 활용해 해저 지반 조건을 정밀하게 분석한 뒤 최적의 선형을 탐색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AI머신런닝 기술을 사용해 30분 만에 약 1000건의 설계안을 만든 후 최적의 디자인을 도출할 있게 도와준다.

여기에 BIM 및 지리정보체계 데이터를 적용해 자동으로 터널 발파 설계까지 진행했다. AI가 설계를 담당하면서 최적화한 설계안을 모든 현장에 균일한 품질수준으로 창출할 수 있었다. 설계안 중 가장 짧은 해저터널 공사 구간을 구현한 독창적인 설계안으로 호평 받았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건설업의 AI 적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된 만큼 차별화한 디지털 혁신 기술을 적극 개발해 도입해 업계를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활용은 대형 플랜트 공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소규모 건축설계와 정비계획을 넘어 분양가치·임대수익률을 결합해 분석하는 부동산개발사업 영역까지 확장됐다. 스페이스워크(spacewalk) 업체는 자체 개발한 AI건축설계 엔진과 자산가치를 분석하는 가격추정 AI엔진을 개발해 복합적으로 활용한다. 사업지 선정→건축설계→감정평가를 AI가 도맡아 처리하는 것이다. 이 업체가 개발한 AI엔진은 이미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에서도 도입해 사용 중이다. 조성현 대표는 "3주 이상 걸리는 업무를 30분이면 처리할 수 있어 생성형 AI 접목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AI기술은 건설현장 안정성 확보와 점검에도 도입됐다.

포스코이앤씨가 개발한 포스비전은 고화질의 영상장비를 장착한 드론으로 아파트 외벽을 촬영해 폭 0.3mm의 작은 균열도 탐지할 수 있다. 공동주택 하자판정 기준이 되는 0.3 mm 이상의 균열을 철저하게 잡아내 적기에 보수가 가능하다.

포스코이앤씨는 또 AI기반 '철근소요량 예측모델'을 최근 개발해 신규 건설에 소요되는 철근량을 산출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2년부터 인공지능 카메라와 타워크레인 과부하방지 모니터링 장치를 도입해 사용 중이다. 이동식 장비에 AI카메라를 장착, 장비와 작업자가 가까워질 경우 알람을 울려 '협착' 같은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특히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과정에서 실제 현장 데이터를 활용한 결과 AI카메라가 근로자를 잘못 인식하는 빈도를 크게 줄였다.

롯데건설은 지난 11일 R&D조직과 사업본부 인력을 합쳐 AI 전담조직 'AGI TFT'라는 조직을 출범시켰다. AGI(범용인공지능)란 특정 조건에서 문제해결만이 아닌 다양한 상황에서 넓게 적용할 수 있는 보다 발전된 AI를 말한다.

롯데건설 'AGI TFT'는 △AI업무 자동화 △스마트 AI기술 확보 △신사업 AI서비스 확대 활동을 추진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건설업 AI신기술 발굴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급변하는 대외여건과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사업 육성을 위한 선택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성큼 다가온 AX(AI 전환) 시대" 연재기사]

김선철 기자 sc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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