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다수 고통 악질범죄”
피해자들 “형량 너무 낮다”
인천 건축왕이 사기죄의 법정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7일 인천지방법원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왕 남 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범죄수익 115억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는 각각 징역 4~13년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건축왕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하기 전 먼저 기소된 148억원대 깡통전세사기 사건이다. 범죄단체 혐의가 적용된 305억원 깡통전세사기 사건 재판은 내달 9일 열릴 예정이다.
건축왕 일당의 전체 혐의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분양대행업자와 임대사업자 등으로 범죄단체를 조직해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2700채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453억원의 깡통전세사기를 벌인 범행이다. 지난해 2~5월에는 건축왕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오 판사는 “사회 초년생과 노인, 신혼부부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범행”이라며 “사회적 신뢰를 망가뜨린 악질적인 사기 범죄”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특히 건축왕에 대해 오 판사는 “입법자가 이 사건과 같이 다수 국민의 주거안정과 재산을 대규모로 침해하는 깡통전세사기 범죄에 대해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면서 “주범인 피고인(남씨)에게는 현행법상으로 법정된 징역형의 최고형에 경합범가중을 한 처단형의 최고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씨는 주택 2708채를 보유하면서 스스로 탐욕에 따라 피해를 준 부분에 큰 죄책감을 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오 판사는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이지만 남씨와 같이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지른 피고인에게는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 1까지 형을 더할 수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17일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들은 사회초년생이나 취약계층으로 전세보증금을 잃게 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며 남씨에게 징역 15년을, 공범 9명에게는 징역 각각 징역 7~10년을 구형했다.
남씨의 변호인은 선고 공판을 앞두고 “담당 법관으로부터 공정한 판단을 구하기 어렵다”며 법관 기피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로 공판이 진행됐는데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해 3월 남씨가 기소된 이후 변론 종결(결심 공판)까지 10개월 동안 피해자를 포함해 100명이 넘는 증인들을 신문했다.
이날 선고 직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남씨 등 공범 전원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반드시 적용해 법이 허락하는 최고형을 선고해야 한다”면서 “이들의 사기 행각 전모를 낱낱이 밝혀 범죄수익을 반드시 몰수·추징해 피해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형량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 혐의를 적용하면 단순 가담자도 조직이 벌인 범죄로 처벌받아 단순 사기죄보다 처벌이 무겁고, 범죄수익금품의 몰수가 가능해 피해자 회복에 도움준다.
한편 범죄단체조직과 활동 혐의와 함께 기소된 전세사기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은 현재까지 모두 세 번 있었다. 첫 판단은 지난해 11월 주택전세자금 편취사건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나왔다. 그 후 인천지법 부천지원의 허위임대차 계약서 사건, 서울중앙지법의 200억대 전세사기 사건 등이 뒤를 잇는다,
법무부는 범죄단체 적용이 어려운 경우에도 피해액을 모두 합산해 가중 처벌할 수 있는 전세 사기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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