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연초 발생한 노토반도 대지진은 저출생 인구감소 시대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해 지역의 주민 중 고령자가 50%나 되고 거주 지역도 분산돼 그동안 주택의 내진설계나 인프라의 보수가 미진해 피해를 심화시켰다. 1층이 완전히 무너진 주택 피해도 발생했다. 게다가 인구 과소 지역에서의 인프라 복구도 비용 측면에서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이러한 저출생 인구감소에 따른 주택 및 인프라 문제는 일본 전체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인구감소로 주택의 재건축, 개보수, 인프라 개선 등이 어려워지고 지구온난화로 확대되는 재해 리스크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구감소로 인해 지방 및 교외로 넓은 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오히려 ‘손자 시대에는 집을 짓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닛케이, 2024.1.15.). 각종 인프라의 어려움과 함께 집을 건설할 수 있는 인력부족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로 주택을 비롯 인프라 개선과 재해 리스크에 더욱 취약
일본의 빈집은 2023년 기준으로 1000만호를 넘고 2038년에는 2356만호로 예측되며(노무라연구소), 이들 중 상당수는 위험하고 거주에 어려움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들 빈집도 수리하거나 재건축을 해야 하는데 건설인력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지구온난화, 각종 재해 확대, 저출생 인구고령화, 건축인력 부족 문제 등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건설기술 재료기술 등의 혁신과 함께 인프라 및 도시 재설계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건설업계에서는 디지털 기술, 로봇 등을 활용한 신공법 개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력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건축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상실될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의 활용도 추진되고 있다. 가지마건설은 건설현장의 단순 반복 작업에 로봇을 도입하는 한편 AI를 활용해 로봇과 인간의 충돌을 포함해서 각종 건설현장의 사고를 방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의 크고 작은 사례를 AI가 분석해서 사고를 사전에 억제해 생산성도 높이려는 것이다.
건설기계 회사 코마츠는 건설현장 전체의 디지털화를 통해 트럭에 의한 흙 운반 등 건설 관련 모든 업무의 합리화에 주력하고 있다. 건설현장을 가상공간에서 재현하는 메타버스화로 관리 감독의 효율화, 로봇 연계 효율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아직 대량보급 시기가 오지는 않았지만 3D 프린터를 활용해 초저비용으로 주택을 대량 건설하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건설용 3D 프린터를 활용하면 시멘트 등을 혼합한 건축 재료를 여러 층으로 적재하거나 살포해서 신속하게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인 시미즈건설은 빌딩의 철근 기둥에 시멘트 반죽을 3D 프린터로 분사해서 로봇으로 형태를 정돈하는 고속 건설 기술을 개발했고, 일본정부도 3D 프린터 보급 관련 법체제 정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초저비용 건설 기술혁신 유도하는 정책 노력 중요
이와 같이 저출생 인구감소 시대의 재해 빈발, 주택·인프라 건설의 어려움 및 비용상승과 대량 이주 필요성 등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건설 자동화, 디지털화와 함께 3D 프린터 등 초저비용 건설 기술혁신을 유도하는 규제혁신을 포함한 정책 노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인프라의 경우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화 및 재해대응력 강화, 신재생 에너지의 활용, 리사이클 시스템 등을 통한 새로운 접근이 중요할 것이다.
각종 에너지 효율 제고 효과가 큰 스마트홈, 스마트시티를 저비용 건축인 3D 프린터 기술로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태양광 수처리 등의 분산형 에너지 및 인프라 기술을 고도화해 인구 과소 지역 주민의 독자 생활 기반을 저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는 방안도 중요할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