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단체 ‘수용능력 부풀리기’ 제기

정부, 총장 간담회 갖고 기한내 신청 독려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정부가 기간 내 증원 신청 제출을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가 정책 굳히기에 나서자 의대 교수들이 ‘2000명 증원’의 근거인 지난해 수요조사 부실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각 대학에 장기간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에 대해 학칙에 따른 엄정대처를 요구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운영 대학 40개교 총장 등과 화상으로 간담회를 가졌다.

이 부총리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이후 대학 총장들을 만난 것은 지난 19일 이후 두 번째다.

비대면으로 열린 의대 운영대학 총장 간담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대면 영상회의로 열린 의대 운영대학 총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증원, 국가의 헌법적 책무” = 이 부총리는 이날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하면서 다음 달 4일까지로 예정된 의대 정원 증원 수요조사에서 적극적으로 증원을 신청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로,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이러한 국가의 헌법적 책무 이행을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의대 정원 증원을 해도 10년 뒤에나 의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며 “총장님들께서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대학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대학 내 증원 신청의 주체는 총장이라 의대가 반대하더라도 지난해 수요조사 자료를 참조해 신청할 수 있다. 특히 예산을 받아야 하는 국립대는 물론 각종 국책사업 등을 통해 예산지원을 받아야 하는 대학본부 입장에서 정부 방침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부 대학은 증원 신청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학생 모집이 용이하고 학교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 의대 정원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대학본부와 교육의 질을 내세운 의대가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증원, 원점서 재논의해야” = 사정이 이렇자 각 의대와 의료계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8일 성명을 내고 “학문적 근거나 공론화 과정도 없이 강행하고 있는 의대생 2000명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면서 “의과대학 정원 수요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에서 시행한 각 학교 교육환경 실사 일시와 실사결과 자료, 수요조사 결과 제출 전 각 대학 의과대학 교수들의 의견수렴 과정과 그 결과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실시돼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된 의대정원 수요조사가 충분한 교육환경 검토와 의견수렴 없이 실시됐다는 주장이다.

전의교협은 또 “정부가 주장하는 10조원 규모의 필수의료 살리기 예산의 재원과 구체적 집행 계획을 공개하라”면서 “정부가 비교대상으로 삼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수준과 대등한 공공의료분야 예산금액이 2024년 예산 어디에 명시돼 있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수용 인원 부풀리기'에 대한 책임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김정은 의대 학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김 학장이 교수 등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정부에 증원 숫자를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의료단체들은 공동 호소문을 통해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은 합리적 숫자가 아니다”라며 “의료계는 정부와 대화를 위해 협의체를 준비 중인데, 협의체 구성 전까지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신청요청을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호소문에는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기초의학협의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의학교육연수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국의학교육학회 등이 참여했다.

◆의대생 10명 중 7명 휴학계 = 한편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휴학계를 제출한 전국 의대생들에 대해서도 강공모드를 취하고 있다.

총장들과 간담회에서 이 부총리는 지속적으로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에 대해선 학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

이 부총리는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과 수업 거부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며 “각 대학에서는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에 대해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철회를 독려하거나 반려하는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설득에도 불구하고 수업 거부를 이어가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달라”고 덧붙였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27일 현재 총 1만3471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71.7%가 휴학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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