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보건복지서비스 온전한 제공 위해 지금 변해야” … “인재 교육은 기관 협업으로”

보건복지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인재양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식민지 상황에서 경제규모 10대 국가 안에 들어서는 고도성장을 경험했다. 또한 IMF 국가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200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출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2007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기초노령연금법 등을 만들고 사회보장체계를 갖춰 사회복지국가 기초를 다졌다. 고도성장 이면에는 양극화, 지역 불균형, 보건복지 사각지대 등 사회문제가 심화됐다. 더욱이 직면한 인구 저출생고령화 현상은 기존 보건복지체계로는 대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령화와 1인가구 확대는 보건복지 수요 증가를 낳지만 저출생으로 서비스 제공자는 줄어든다. 이미 돌봄 종사자 고령화는 해결할 과제가 됐다. 인구가 적은 지역의 경우 보건복지자원과 인력부족은 지역민의 건강권과 행복권을 심각히 위협한다. 보건복지비스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통합돌봄 시범사업과 의료개혁 등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분야 인재양성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현장 전문가들의 보건복지분야 인재양성 논의들을 공유한다.

초고령사회와 지역불균형 등으로 기존 보건복지서비스의 변화 필요성과 새로운 사각지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9일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개원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보건·복지 서비스 수급전망에 맞춰 필요한 인재를 교육하고 공급을 확충하는 일이 향후 10년 내 집중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며 “보건복지 인재의 전문성은 보건복지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밝혔다.

배금주 한국보건복지인재원장은 “급변하는 보건복지분야 사회서비스 현장에서 지속적 전문인재의 양성과 보급이라는 중차대한 업무를 인재원 혼자 힘으로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부터는 보건복지분야 모든 공공기관과 어떻게 협업할 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보건복지인재원 20주년 심포지엄 직후 참석자들이 보건복지인재양성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제공

◆보건복지 수요 늘지만 공급은 부족 = 홍 교수(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는 "우리나라 국민의 삶이 한국전쟁 이후 현재까지 급속도로 개선돼 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취약한 삶의 지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OECD ‘더나은 삶의 질 지수’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소득과 기대수명이나 교육 수준 등 삶의 지표는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일과 삶의 균형이나 환경, 그리고 사회적 고립 등 비물질적 조건은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코로나대유행 이후 청년층에서의 고립·은둔과 정신건강 문제는 심각하다. 2023년 7~8월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19~39세 고립은둔 경험 청년 2만1380명 중 자살을 생각한 경우가 75.4%이르고 이 중 자살을 시도한 경우는 26.7%나 된다.

더욱이 초저출생과 초고령화 추이는 심화되고 있어 사회적 돌봄 수요는 급증한다. 최근 10년 새 출생아수는 절반 줄었고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조만간 20%에 이르고 10년 후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인해 돌봄 인력 부족은 심화된다. 비관적인 가정하에 2042년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은 수요의 30%에 머물 전망도 나온다. 그리고 가족돌봄 증가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2042년 최대 GDP 대비 3.6%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보건복지분야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할 수 있는 인력은 부족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한 보건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재 양성과 공급확대가 중요해진다. 최근 지역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의사인력 확보 정책 추진, 전문간호사나 전담간호사 육성 과정 논의, 의료돌봄통합 지원 사업 관련 지자체 담당 공무원 교육, 코로나 대유행 이후 보건소의 역할 주제의 보건소장 교육 등이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셈이다.

홍 교수는 증가가 예상되는 외국인 보건복지인력에 대한 교육과 관리가 중요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해서 송태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본부장은 “외국 의료인에 한국 보건·복지에 대한 기본 교육을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초고령사회와 지역불균형 등으로 기존 보건복지서비스 변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사각지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양성이 시급하다. 인재 교육과 공급 확충은 향후 10년 내 집중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인재양성에 민관이 손잡고 추진 = 민간부문의 인재양성과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교수는 “다양한 보건복지 수요를 공공부문에서 모두 담당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며 “보건복지 분야 인재양성의 방향은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해 인재양성 기관을 다양화·전문화하고 다변화된 양성기관 간 협력 증진,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의 체계적인 총괄 조정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들어 신복지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청년서비스분야에서의 인재 양성도 제기된다. 진로 일자리 소득 등 다양한 형태의 복합적인 취약계층 청년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들을 지역사회에서 도와 줄 인재가 필요하다.

임대환 청년재단 중앙청년지원센터장은 지역청년들의 능동적인 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민간등록자격증 ‘청년지원매니저’를 강조한다. 청년지원매니저는 지역 청년들의 능동적인 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청년지원전문가로 청년센터 등 청년지원기관에서 근무한다.

임 센터장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의 ‘사회적 처방 연결 전문가’사례를 언급했다.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수요자 청년의 건강과 웰빙 요구에 얼마나 충족하는가를 평가하고 주요 사업과 프로그램을 연결한다. 임 센터장은 “청년과 청년정책을 이해하는 보수교육이 필요하며 향후 보건복지 인재 미래 역량 강화 차원에서 자격증 수요를 파악해 응시대상 확대”를 제안했다.

송 본부장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전주기 양성체계를 구축 △혁신을 선도할 첨단·융복합 연구 인재를 양성 △외국 전문 인력을 교육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송 본부장은 “보건복지 유관기관 신규 종사자들에게 보건복지제도 등에 대한 기본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산업계에서의 인재 양성 협업 목소리도 나온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문이사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과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따라 실전에 즉시 투입이 가능한 전문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협회는 재직자 교육 등을 통해 인력을 개발하고 인재원은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한 기초 인재 양성과 저변 확대를 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필요한 교육 콘텐츠, 현장과 함께 나눔 = 양극화와 경쟁 심화라는 사회구조로 인한 전생애주기별로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신건강분야 인재 양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영희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교육과장은 “올 1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 따라 ‘동료지원인 양성’을 위해 인재원과 교육 협력이 필요하다. 정신건강 관련 인재양성 스펙트럼을 넓히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준희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센터의 돌봄 인력들이 다양한 업무에 허덕이고 있다”며 “보건복지분야 인력 증가에 비해 인력관리와 임상적 수퍼비젼에 대한 관리자들의 실무능력이 부족, 인력노무관리, 임상수퍼비전 방법에 대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 센터장은 “보건복지 업무를 주로 민간위탁해 수행하고 있으나 30년 지난 제도로 한계와 결함들이 나타나고 있다. 개선점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원장은 “2004년 창립 이래 인재원은 보건복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공공 교육기관으로 연간 300만명 이상의 교육을 책임지면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핵심인재 양성은 사업의 승패를 가르며 타이밍도 중요하고 필요할 때 준비돼야 한다. 인재원은 앞으로도 보건복지 인재양성의 선두주자로서의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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