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중랑 서울장미축제’ 순항 중

주민이 함께 꾸미고 쓰레기 없애고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 장미를 앞쪽으로.” “이 정도면 될까. 각을 잘 잡아봐.”

류경기 구청장이 중랑 서울장미축제 개막을 알리며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중랑구 제공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중랑천 일대. 분홍 빨강 노랑 등 흔히 볼 수 있는 색깔부터 청색 보랏빛 낯선 장미까지 다양한 품종이 어우러진 꽃길에서 너도나도 사진작가로 변신한다. 불볕더위가 살짝 누그러진 사이 최신 휴대전화며 디지털카메라에 전문가용으로 보이는 커다란 카메라까지 다양한 촬영기기를 장착한 방문객들이 부지런히 발길을 움직인다. 중랑구 관계자는 “주말에는 문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며 “의도하지 않았던 포토존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4 중랑 서울장미축제’ 현장이다.

22일 중랑구에 따르면 지난 18일 막을 올린 장미축제가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18일과 19일 이틀간 그랑로즈(Grande Rose)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고 20일부터 ‘중랑장미주간’이 시작됐다.

‘서울에서 가장 예쁜 축제’로 꼽히는 중랑 서울장미축제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건 1000만 송이 장미다. 중랑천 제방을 비롯해 천변과 인근 아파트 담장이며 골목길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장미를 추가해 현재 209종 31만여 그루에 달하는 각양각색 장미가 만개해 있다. 제방 위 5.45㎞는 아예 장미덩굴이 터널을 이뤄 아름다운 꽃과 향기 속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매력정원 두곳을 새롭게 조성해 볼거리를 더했다.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세계 각국 장미 가운데 ‘망우장미’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중랑구를 대표하는 신품종 장미인데 지난해 주민 공모를 통해 이름을 정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묫자리를 정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개를 넘으며 ‘걱정을 덜었다’ 해서 이름 붙였다는 망우동처럼 바라만 보아도 ‘근심이 잊혀지는(忘憂) 장미’다. 신비롭게 반짝이는 산호색이 방문객들 발길을 붙든다. 구는 “관람객들이 보고 싶은 아름다운 장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중랑장미공원 장미 분포지도’를 제작해 편의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16개 동 주민들이 만들어내는 볼거리도 축제의 한 축이다. 주민들은 지난 17일 장미길 일대 3.5㎞를 함께 걸으며 성공적인 축제를 염원한 데 이어 18일에는 ‘장미 퍼레이드’를 펼치며 잔치를 만끽했다. ‘우리가 중랑 서울장미축제 주인공’이라는 주제에 맞춰 동별로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춘 옷차림과 장식을 하고 축제현장 주요 지점을 행진했다. ‘장미마을에 청룡과 백룡이 사랑에 빠진 이야기’ ‘5월의 신부 인(in) 망우3동’ ‘신신(신나는 신내동) 장미 무도회’ 등 이색 행렬에 1200여명이 참여했다. 장미 무도회를 기획한 한지윤(45·신내1동)씨는 “주민들 스스로 기획하고 즐기는 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어 뿌듯하다”며 “어릴 때는 접근하기도 어려웠던 중랑천 둔치가 서울은 물론 전국적으로 이름난 장미정원으로 바뀌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장미축제는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는 잔치이기도 하다. 구는 축제기간 내내 ‘쓰레기 없애기(zeROSE Waste)’ 홍보전을 펼친다. 장미꽃길을 달리며 쓰레기를 줍는 ‘장미 쓰담달리기(플로깅)’를 공식 행사에 포함시켰고 친환경 용품을 사용하면서 개인 용기를 지참한 방문객에 할인혜택을 주는 제로(zeROSE) 카페를 개설했다. 지난 축제에서 사용했던 꽃마차 등을 재사용한 ‘로즈 포토존’도 인기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축제라 더 의미 깊다”며 “마지막까지 주민과 방문객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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