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한제아 어린이 기후소송 최종 변론

헌재, 변론 종결 … 올 9월 이전 결론 전망

“대부분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세상을 잘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 말을 잘 들으라고 우리에게 어린이다움을 강조하지만, 기후위기 해결과 같은 중요한 책임에 관해서는 대답을 피하는 듯하고 어쩌면 미래의 어른인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기도 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기후소송’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한제아(12) 학생이 했던 최후변론의 한 부분이다.

한제아 학생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너무 낮아 미래세대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2022년 ‘아기기후소송’을 낸 62명의 어린이 중 한 명이다.

헌법재판소(소장 이종석)는 21일 오후 2시부터 헌재 대심판정에서 ‘기후소송’ 마지막 공개 변론을 열었다.

한제아 학생은 이날 최후변론에서 “기후재난은 이미 현실”이라며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제아 학생은 “어른들은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 수 있었지만, 어린이들은 그럴 기회가 없다”며 “이 소송에 참여한 것이 미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유일한 행동”이라고 했다. 이어 “2031년이 되면 저는 만 19세, 성인이 된다. 그때까지 지구의 온도는 얼마나 올라갈까요”라며 “이 소송은 2030년, 그리고 2050년까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제아 학생은 또 “기후변화와 같은 엄청난 문제를 우리에게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며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우리는 꿈꾸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청소년이던 지난 2020년 소송을 낸 김서경(22)씨와 시민으로서 소송을 낸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팀장도 발언대에 섰다.

김씨는 “국가 기후위기 대응의 기준점이 되는 법은 우리 삶의 최저선을 결정한다”며 “앞으로의 기후대응에 있어 최소한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팀장은 “이번 판결이, 헌법이 명령하는 국가의 우선순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대한민국 헌법이 기후위기 시대의 권리장전으로 기록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날 최후 변론에 앞서 열린 2차 변론에서는 정부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청구인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덕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인데도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속 증가시켰다”며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재 40% 감축이 매우 높다고 하지만 이건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가 지속적으로 늘려왔기 때문에 많이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나라가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정부측 참고인으로 나선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2030년 감축 목표는 합리적 기준으로 설정했다고 평가한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종합해서 일종의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한 결과”라며 “현 단계의 최종 목표는 2050년 장기목표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 목표와 2050 탄소중립을 연계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23일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낸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위헌심판청구(기후소송) 4건을 병합해 1차 공개변론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1차 변론에서는 청구인측은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줄이기로 한 우리나라의 책임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은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라고 맞섰다.

한편 헌재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제기된 기후 소송 4건을 병합해 이날 공개 변론을 마무리하고 재판관 합의를 거쳐 결론을 낼 계획이다. 법조계는 이르면 올해 9월 이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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