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등 11개 위원장 선출 후 소위 구성 속도

“현안 산적, 일하러 나오라” … 여당, 보이콧 충돌

대통령실 “재의요구권 행사 명분 더욱 견고해져”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10일 밤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선출한 데 이어 이번 주 안에 7개 상임위원장 선정도 마무리할 전망이다. 법사위 등은 11일 소위를 구성해 쟁점법안 처리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야당의 질주에 국회의장 선출부터 본회의 참석을 거부한 국민의힘은 의사일정 전면거부 방침을 정했으나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야당의 직진에 맞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충돌 가능성이 한층 커지는 상황이다.

박찬대 ‘국민의힘 항의 뚫고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를 뚫고 의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국회를 즉시 가동해 민생대책 수립, 방송 3법, 해병대원 특검법 등을 신속하게 통과시킬 수 있도록 속도를 낼 것”이라며 “일하는 국회, 개혁국회가 어떤 것인지 성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를 열고 법사위 운영위 등 11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을 마쳤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회법이 정한 시한에 맞춰 절차대로 원 구성을 했고, 국민의힘은 의장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의사일정을 방해하는 몽니를 부렸다”면서 “세상 모든 일은 결국 옳은 이치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법사위를 틀어쥐고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지키려고, 특검법을 막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용산 눈치나 보면서 국회의 일을 못하게 막고 있으면 ‘세비가 아깝다’는 비판을 직면할 것”이라며 “집권여당답게 자중하고 절차를 준수하고, 지금이라도 일하러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조속한 시일 내에 본회의를 열고 남은 상임위 위원장 선출 안건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번주 목요일(13일) 또는 늦어도 18일까지는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는 10일 밤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제출한 안을 중심으로 운영위, 법제사법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의원로 선출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몫으로 배정한 7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도 이번주 마무리해 다음주부터 18개 상임위를 정상가동한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원장에 선출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11일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에 출연해 “법사위 1, 2소위를 비롯해 각 상임위 소위가 이번주 구성되는 등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상임위가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거부할 경우 7개 상임위원장 모두 민주당 의원들로 선출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전부터 ‘전국민 지원금’과 양곡관리법, 전세사기특별법 등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쟁점법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등을 국회차원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법사위를 민주당이 맡게 되면서 법안 처리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법사위를 우회하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할 경우 330일까지 걸렸던 21대 국회와는 확연히 다른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에 태울 경우 ‘상임위 180일 이내→ 법사위 90일 이내→ 본회의 60일 이내 상정’ 단계를 밟아야 하지만, 각종 특검법의 경우 법사위가 소관 상임위여서 심사기간·숙려기간 등을 고려해도 법사위원장 주도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민주당의 독주를 ‘이재명 방탄 국회 만들기’로 규정하고 규탄하고 나섰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당장은 민주당 비판공세를 이어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로지 이재명 1인을 위한 정당, 이재명 방탄 도구로 전락한 국회”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은 ‘대한민국 국회’를 ‘민주당 국회’로 만들어 자신들의 대권욕에 활용할 흉기로 전락시키겠다는 시커먼 속내를 서슴없이 드러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헌정사에 가장 부끄러운 국회의장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7개 상임위 선출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논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의사일정 보이콧’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국정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여당이라는 점에서 고심이 깊은 것도 사실이다.

전날에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지도부는 전날 밤 늦게까지 대응전략을 고심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 등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안, 민주당이 강행 처리 예고한 법안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를 적극 건의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됐지만 딱히 새로운 것이 없는 데다 여당이 국회를 보이콧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법사위를 차지한 민주당이 속도감 있게 법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서 재표결을 할 경우나 개각으로 인한 인사청문회 등을 고려한다면 보이콧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민주당이 4년 전과 달리 총선 민심을 앞세워 상임위원장 독식과 독주를 주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렇다 할 강제력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국회 안에서 여야의 접점이 사라지면서 민주당 주도의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이 직접 충돌하는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여권이 국회 의석의 열세를 대통령 거부권으로 저지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용산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1일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이란 의회민주주의 본령을 외면하고 힘자랑 일변도의 국회운영을 고집한다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의 명분은 더욱 견고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환 김형선 이재걸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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