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제재규정 없다” 김 여사 사건 맹탕 종결
“공직자 부인 선물용 명품관 만들어져도 할 말 없어”
수사 가이드라인? 검찰 “필요한 수사 진행하겠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위반사항 없음’ 결론을 내렸다. 사건 신고 후 6개월 만에, 윤 대통령 내외가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선 날 나온 결과를 놓고 ‘면죄부’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가운데 권익위 판단이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됐다.
11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반부패 총괄기관으로서 권익위는 최소한 (고가의 선물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라도 했어야 한다”면서 “추후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으로 떠난 직후 발표했다는점, 북한의 도발에 우리의 맞대응으로 남북 관계 긴장국면으로 국민의 이목이 집중될 때 발표된 점을 보면 굉장히 지능적이고 계산된 발표”라고 비판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명품백 수수의혹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확인되는 대로 알선수재 혹은 뇌물죄까지도 적용 가능한 심각한 사건”이라면서 “권익위 결론은 성급하고 비논리적이며 몰상식한 결론”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대변인은 “반부패 총괄기관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절망적”이라면서 “일선 공무원은 명절에 농수산물조차 받지 못하는데 영부인은 명품백 받아도 괜찮은 나라가 되어버렸다”고 한탄했다. 이어 “당장 내일부터 백화점 명품관에 고위공직자 부인 선물용 코너가 만들어져도 할 말이 없다”면서 “권익위는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잘못된 결정을 번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청탁금지법 상 공직자 등의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 등이 받는 것이 금지되는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처벌은 이를 인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공직자 당사자에게만 내릴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한 신고 사건도 종결 처리됐다. 정 부위원장은 “대통령과 이 사건 제공자(최 목사)에 대하여는 직무 관련성 여부, 대통령 기록물인지 여부를 논의한 결과 종결을 결정했다”며 “청탁금지법 시행령 14조에 따른 종결 사유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정 부위원장이 언급한 시행령 14조에선 ‘신고 내용이 언론 매체 등을 통하여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조사 중에 있거나 이미 끝난 경우로서 새로운 증거가 없는 경우’ ‘법 위반 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돼 종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신고를 종결처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한 참여연대는 즉각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사건 접수 후 두 차례에 걸쳐 처리 기간을 연장하고 6개월 가량 시간을 끌더니 종결했다”면서 “공직자(배우자 포함)는 어떠한 명목으로든 금품을 받으면 안 된다는 국민의 기본적인 상식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통령이 순방만 떠나면 골치 아픈 일이 해결된다는 여권의 속설이 다시 한번 실현됐다는 뒷말도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의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가 본격화되고, 김기현 전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한 바 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11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순방만 나가시면 마법처럼 일이 해결된다”면서 “(당에서) 누군가를 쫓아낼 때마다 늘 (대통령은) 떠나셨다”고 비꼬았다.
이제 시선은 검찰 수사 결과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검찰은 “권익위의 구체적 결정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워 권익위 결정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검찰은 절차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형선 박준규 구본홍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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