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5일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기대 이상이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정부의 초대를 받은 아프리카 유엔회원국 54개 국가 중 우리가 초청한 48개국이 모두 참석했고 이중 33개국이 정상급 인사를 파견했다.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개최된 아프리카와의 정상회의임에도 최근 아프리카와 회의를 개최한 러시아 튀르키예 일본 이탈리아의 정상급 참석 규모를 뛰어넘는다. 아프리카 출장마다 경험했듯 한국의 위상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기대를 회의 기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에 12건의 협정 및 조약이 이루어졌고, 핵심 광물 협력 2건을 비롯해 총 34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었다.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핵심 키워드는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강한 연대다. 정상회의를 통해 한-아프리카는 경제동반자협정(EPA),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등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했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를 통한 아프리카 역내 경제 통합 지원을 비롯해 2030년까지 약 100억달러의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및 140억달러 수출금융 제공을 확약했다.

특히 ‘녹색 사다리’ 확장을 통한 협력이 기대된다. 자체적으로 녹색기술 개발 여력이 부족하거나 재정 및 인프라의 지원 없이 기후대응 체제를 갖추기 어려운 나라를 돕는 ‘녹색 사다리’를 아프리카로 확장해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과 아프리카의 공동 대응과 지속가능한 인프라 분야의 협력을 강화한 것이다. 여기에 ‘스마트팜’을 비롯한 농업기술 전수, 서아프리카에서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는 ‘K-라이스벨트’ 사업의 확장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식량 자급률을 제고하기로 확약했다.

아프리카의 위상과 협력 중요성 이해 필요

그렇다면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세계무대에서 달라진 아프리카의 위상과 협력의 중요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하마스 충돌에서 목격했듯 국제질서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흔들리고 중국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권력의 공백기가 확대되고 있다.

국제질서의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것은 풍부한 자원과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인구, 그리고 이미 G7에 필적하는 규모로 경제를 키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120여개국)다.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 지역인 아프리카는 14억 인구 중 25세 이하 생산가능인구가 60%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바일 보급률도 매우 높고, IT산업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무엇보다 아프리카는 세계 광물자원의 30%를 보유한 지역이다. 특히나 최근 기후위기 대응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차전지 관련 자원의 70%를 보유한 대륙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전략적으로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는 예전의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 심지어 위험성에 대한 편견이 재생산되고 있다. 이는 지금의 아프리카가 지닌 전략적 그리고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2021년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를 출범시킨 아프리카는 3조4000억달러 규모의 초거대 경제 블록을 구성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창설 이후 최대 면적의 자유무역지대로 아프리카 대륙 내 교역확대를 통한 경제성장과 산업발전, 경제적 통합 달성을 목표로 하는 초거대 경제공동체다. 이를 통해 역내 생산품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이 철폐되어 상당한 경제효과를 거두고 있다. 여기에 산업 다각화 및 실업률 개선 등의 실질적 경제효과가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물론 만연한 부패와 빈곤 등의 과제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 자원의 부존과 노동력의 비교 우위, 성장 가능성 등의 잠재력으로 아프리카는 글로벌 노스(Global North, 한국 일본 북미 호주 유럽 등)의 주요 원조와 협력 동반자로 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변화와 발전은 아프리카의 전략적 가치를 높여줄 것으로 예견된다.

IT 교육 녹색성장 등 동반성장 요소 많아

현재 한국과 아프리카의 협력은 본격적인 활성화 단계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는 앞서 언급한 장점과 함께 기후위기,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 취약한 공급망 등의 제한 요인도 있다. 이런 문제에 유의하면서 우리의 장점인 IT기술과 교육, 그리고 녹색성장을 협력방안으로 제시한다면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생산성 향상을 통한 일자리 창출, 녹색산업 정책과 디지털 혁신, 기후행동 및 녹색성장을 위한 민간 자금 조달의 측면에 집중한다면 아프리카 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아프리카와 비교 우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아프리카에서 진행 중인 e-커머스를 포함한 현대적 유통 방식으로의 전환,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한 인구 분포, 인프라 영역별 투자 현황, 관광산업으로의 전환과 성장 방향성, ICT 분야의 발전에 따른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연계 상황, K-컬처에 대한 수용 양상과 한국에 대한 인식 수준 등을 고려한 전략화된 접근이 긴요하다.

‘글로벌 중추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규칙기반질서가 제공하는 공공재의 최대 수혜국으로 글로벌 사우스에서 글로벌 노스로 이동했다. 한-아프리카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두 영역을 모두 경험한 우리는 두 지역의 연계자 역할을 전략화하는 외교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 강화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기업과 청년들의 해외 진출, 일자리 창출 등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긴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한국적 발전경로 구체화 할 필요 있어

아프리카의 현황과 비전을 기반으로 기업과 정부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의 역사적 경험인 식민지 6.25전쟁 경제성장 민주화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우호적인 문화적 환경 속에서, 경제 전반에 디지털 기반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며 아프리카의 인적 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청년실업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가 추진하는 ‘녹색성장’과 ‘포용적 성장’의 어젠다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에 참여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관련 핵심 광물을 가진 아프리카와 ‘포용적 녹색성장’을 매개로 협력하는 것은 단순히 자원 확보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반영하는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한다. 아프리카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상생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대아프리카 정책이 마련된다면 한국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중추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중립 산업구조로의 전환, 소외계층 감소, 일자리창출기반 성장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카메룬 속담에 “야자수 꼭대기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는 말이 있다. 꾸준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발전 경로에 동참할 수 있다. 아프리카를 두고 경쟁하는 강대국들보다 비교우위가 있는 ‘한국형 발전경로’를 구체화한다면 한-아프리카 관계의 호혜적 격상이 가능해질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의 ‘포용적 녹색성장’을 한국이 선도적으로 이끌어간다면, 전략적 경제적 가치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꾸준한 관심과 지속가능한 상생의 전략은 한국과 아프리카 협력의 핵심 촉매제가 될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