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기간 짧고 빈곤노인 많은데 고령속도 세계 최고 … 최저보장-은퇴·수급시기 일치-재원 다양화 ‘과제’

노년기에 겪게 되는 빈곤 질환 고독 등 어려움은 우리가 같이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다. 이 가운데 빈곤은 다른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특히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사회일수록 대책 마련에 공적 개입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노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 노후소득보장체계로 기초생활보장-기초연금-국민연금제도 등을 작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노후소득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우리사회의 인구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10년 20년 해를 넘길수록 기존 사회보장제도로는 노년의 안정적인 생활에 필요한 소득 보장을 하기는 더 어려울 전망이다. 유럽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적인 연금개혁을 통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 힘써 왔다. 최근에는 ‘적절한 보장 수준’을 위한 제도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늦게 시작한 연금제도로 아직 미성숙한 면에 있는 가운데 인구고령화라는 난제에 직면했다. 유럽은 완만한 인구고령화 시기에도 제도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난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제도를 바꿔 온 반면 우리나라는 급속한 노인인구 증가와 불안한 고용환경에 놓여 있음에도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관련해서 유럽 8개국의 노후소득보장체계를 살피면서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의 대안 찾기를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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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인의 안정적인 소득보장을 위해서는 △최저 보장 △은퇴와 연금수급 시기 일치 △재원의 다양화 등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장인의 근무연수는 짧고 여성의 경우 더 심하다.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은 안정적 소득보장지원체계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다. 연금의 보장수준은 낮은 가운데 인구고령화라는 짐을 더 지게 됐다. 이제 노후소득보장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작업은 시대 과제가 됐다.

23일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이주미 전문연구원은 보사연이 최근 발표한 ‘유럽 복지국가의 노후소득보장 체계와 노인 빈곤’ 보고서에서 “노령과 노인의 빈곤은 사회적 위험 요소”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소득보장체계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가구 환경의 특수성 고려 = 소득소장체계 개선을 위해 먼저 노동시장과 가구구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활동 인구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머물러 있으며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러 있느냐, 인구 고령화가 얼마나 진행됐느냐는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세대구성에 따라 노인빈곤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스웨덴 등 북부 유럽국가들은 이른 시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인구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남성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유럽대륙 국가 특히 남유럽의 이탈리아 그리스는 상대적으로 노동시장 진입 시점이 늦고 여성의 경제참가율이 남성에 비해 낮다. 우리나라도 남유럽과 비슷하며 두 나라에 비해 여성의 결혼 출산 육아 시점에서의 노동시장 벗어남은 더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적정수준의 연금수급권을 확보하려면 30년 안팎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거나 짧다는 것은 개인 급여 수준의 낮추고 국가차원의 재정 확보에도 불리한 조건이 된다.

여 연구위원 등은 “●낮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높은 자영업자 비율 ●기업간 산업간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화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우리나라는 공적연금만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에 힘든 환경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빈곤한 노인 절대수 증가 가능성 =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가장 높은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저출산-고령화 속도로 인해 노인관련 지출이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노인빈곤율이 떨어지더라고 빈곤한 노인의 절대수 자체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더 빠르게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계층-세대 간 비용 분담 등 둘러싼 갈등은 넘어야 할 과제가 된다.

자녀와 동거가 높으면 노후소득보장제도의 빈곤완화 효과 분석에 혼란이 생긴다.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가구의 비율도 남유럽 2개국과 한국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다. 노인 3명 중 1명 정도가 해당된다. 이탈리아 그리스 경우 상대적으로 공적연금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노인의 연금에 의존하는 동거 자녀로 인해 노인의 경제적 복지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반면 한국은 공적연금 수준이 낮은 가운데 자녀와 동거가 노인 빈곤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자가 거주하는 노인의 비율도 높은 그리스 이탈리아 핀란드 영국 한국에서는 저축과 자산의 축적이 노후에 상대적으로 큰 역할을 한다. 자가주택 혹은 부채없는 주택은 노년 후반기 빈곤을 경감할수 있는 대안으로 다뤄지기도 한다.

◆최저소득 보장, 소득 적절성 확보 = 노후소득보장체계 개편에서는 ‘최저소득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은 연금개혁의 목표를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더해 노후소득의 ‘적절성’ 확보에 두고 있다. 연금이 낮거나 없는 노인의 소득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다.

개혁 이전에는 유럽복지국가들은 공적연금이 대부분 '정해진 급여에 필요재정을 보험료에 의존하는' 확정급여-부과방식이였다. 반면 개혁 이후에는 이외 명목확정기여-부과방식, 조세식 정액기초연금, 조세-자산조사-보충급여식 사회부조, 확정기여-적립식 기업연금 등 다양화해졌다. 비용부담이 분산되고 소득보장 장치가 보다 촘촘해졌다. 최저 보장에 집중하면서 기업-개인연금 강화를 통해 ‘능력있는’ 직장인의 소득안정성도 강화하려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부조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사실상 노인과 근로연령 모두에 최저보장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인의 70%정도 적용되는 기초연금이 있지만 2023년 기초생활보장 1인 생계급여 기준액(62만3368원)의 절반, 기준중위소득(207만7892원)의 15.6%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노령연금의 평균급여액은 2021년 55만6502원으로 같은 기간 생계급여기준액(54만8349원)과 비슷하다.

20년이상 가입자의 노령연금 평균액은 94만639원으로 이보다 높다. 하지만 현재 연금을 받는 경우는 지난 1,2차 연금개혁을 통한 급여액 축소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집단이다. 향후 연금 수급의 실질가치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적립방식은 최저보장도 어렵고 모든 가입자가 낸 것보다 더 받는 구조에서는 재정수지 균형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가능하게하려면 연금지출의 20% 이상 조세로 충당하는 독일과 같은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낮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높은 자영업자 비율, 기업간 산업간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화,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공적연금만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에 힘든 환경에 놓여 있다”

"청년-여성-고령자들이 실질적으로 노동시장에 머물러 있는 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초연금 역할·설계 명확화 필요 = 노인 최저소득보장 장치로서 기초연금의 역할과 설계를 좀 더 명확히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유럽 8개국 모두 1개 이상의 노인 최저소득보장제도 혹은 장치를 갖추고 있다. 최대보장수준은 대체로 중위소득 30~40%에 이른다. 네덜란드의 보편적 기초연금(AOW)는 중위소득 53%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기준선이 중위소득 30%으로 사실상 노인의 최대급여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급여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로 빈곤보인의 하중이 쏠릴 경우 형평성이나 소득 역전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초연금과 관련해서 △국민연금의 기초부분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노인생계급여 부분을 동시에 끌어내 보편적인 자산조사형 기초연금으로 재구조화하는 방안 △기초연금 대상자를 지금의 70% 내외 노인에서 축소하고 급여를 높이는 방안으로 사회부조를 재구조화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각각 재정 확보나 국민연금수급자와 형평성 문제를 풀어야 한다.

◆연금에 기여할 기간 늘려야 = 연금을 두둑히 받기 위해서는 직장인이 일터에 좀 더 오래 머물러 있게 하는 등 연금에 기여할 기간을 늘릴 방안이 시행돼야 한다.

유럽 8개국의 중위소득 40% 기준 노인빈곤율은 극히 낮다. 영국 독일이 5% 정도이고 다른나라들은 1~2%대다. 이민노인을 제외한다면 노인의 최저생활수준을 보장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중위소득 40% 기준 노인빈곤율은 여전히 22.3% 수준이다. 이는 낮은 보험료율에 더해서 비경제활동인구 납부예외자 장기체납자 등 연금사각지대 비중이 높은 것과 관련있다. 2021년 12월 말 기준 1162만1000여명에 이른다. 이는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 높은 자영업자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연금 비가입 및 미납자의 높은 비율은 연금의 기여기간을 줄인다. 2020년 기준 평균기여기간은 24.8년에 불과하다.

또 퇴직 연령을 연급 수급연령과 불일치와 관련있다. 많은 유럽국가들은 이를 일치시키고 있다. 여 연구위원 등은 “기여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출산육아 ●간병, ●병역, ●대학원 이상의 학업, ●육아휴직, ●실업급여 수급 기간 등에 대해 연금크레딧이나 급여지급기관의 대납(근로복지공단) 확대 ●나아가 청년-여성-고령자들이 실질적으로 노동시장에 머물러 있는 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했다.

◆재정 확보 위한 조세방식 도입도 고려 = 연금 재정 확보를 위해 재원을 다각화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유럽 8개국 모두 노령 및 유족급여가 노인 단독 혹은 부부가구에서 많게는 80%대, 적게는 60% 안팎을 차지한다. 반면 한국은 20~30%대에 머물고 있다. 소득보장제도에 추가적인 재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 격차를 줄일 수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현 수준의 기초연금을 유지하더라도 향후 상당한 추가 재원이 불가피하다. 조세 차원에서 사회복지 관련 세원을 좀 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세출 구조조정 ●소비세 인상(일본) ●사회보장세 도입 등이 가능하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정 확보를 위해 '보험료 인상방식에만' 과몰입하지 말고 조세방식 등 다양한 방법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인빈곤이라는 사회적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의식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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