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사·다행포럼·행바시

자유로운 토론·모임 활발

책만사 다행포럼 행바시 새싹반. 생소해 보이는 이 단어들은 행정안전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조직문화 혁신 시책들이다. 책을 함께 읽으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누구나 주제를 제안해 토론을 진행하기도 한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직원들 간 지식·경험을 나누고 보고서 작성법도 배운다. 특히 행안부가 정부혁신 주무부처라는 점에서 이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눈길을 끈다.

책만사
‘책만사’는 책으로 만난 사이의 줄임말이다. 간부공무원들이 익명으로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골라 게시하면 관심 있는 직원들이 참여해 공통 주제로 소통하는 모임이다. 사진 행안부 제공

책만사는 ‘책으로 만난 사이’를 뜻한다.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익명으로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해 추천하면 그 책을 고른 직원들이 함께 독서모음을 통해 멘토-멘티 관계를 형성하는 새로운 방식의 소통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하반기 처음 시행했는데 직원들의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6월 진행된 3기 책만사에는 총 10권의 책이 내부 게시판에 올라왔고, 짧은 시간에 신청이 모두 마감됐다. 이 모임에 참여한 한 직원은 “일반적으로 간부와의 모임은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의사전달이 되기 쉬운데, 공통 관심 분야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대화가 풍부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1기에 참여했던 서주현 인사기획관은 “무엇보다 평소 업무로는 만나기 힘든 직원들과 만나 공통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책 속에서 자연스럽게 업무 연관성도 찾을 수 있어 도움이 되는 모임”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처음 개최한 다행포럼도 직원들 사이에서 신선한 시도라는 호평을 받았다.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행안부’라는 의미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아내고 소통과 협력을 활성화하는 소통·토론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간부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주제를 제안하고 회의를 주재할 수 있다. 주제의 제한도 없고 누구나 참여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기대가 높다. 모임 이름도 내부 공모에서 직원들이 제안한 71건을 심사해 골랐다. 이날 첫 모임의 주제는 김민철 미래전략담당관이 제안한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 만들기’였는데 다양한 직급의 공무원 30여명이 참여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김민철 담당관은 “공직생활의 경험을 상하관계가 아닌 편안한 분위기의 모임에서 후배 공무원들에게 전할 수 없어 의미가 있었다”며 “특히 연차가 낮은 직원들이 많이 참여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행바시와 보고서새싹반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진행하는 소통 모임이다. 행바시는 ‘행안부를 바꾸는 시간’의 줄임말인데, 점심시간에 직원들간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매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행바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한달 전에 신청해야 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

보고서새싹반은 매주 한번씩 점심시간에 모여 보고서 작성법을 연습하는 모임으로, 매 기수마다 100일간 진행한다. 기업협력지원과에 근무하는 윤민지 주무관이 제안하고 주도하는 모임이다. 지난해 9월 시작했는데, 직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시범기간과 1·2를 성공적으로 운영했고, 지금은 3기 회원을 모집 중이다. 윤 주무관은 이 모임 덕분에 24일 직원들의 익명투표로 뽑는 ‘이달의 행안인’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인 윤 주무관은 “공무원의 언어는 보고서인데 공직생활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지만 남의 보고서 베껴 쓰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에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직원들과 모임을 시작했다”며 “이런 모임이 직원들의 요구도 높아 10개 20개로 늘어나도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안부의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저연차 공무원 공직이탈 증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조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공무원이 업무에 몰입해 품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의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부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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