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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선의원은 “중진들이 (한 대표를) 정치 아마추어라고 우습게 봤지만 당원들은 외려 한 대표가 여권의 변화를 주도할 적임자라고 봤다. 당원들은 오랜 세월 정치권에 머문 중진들에게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그들을 신뢰하지도 않았다. 수십 년 정치를 해온 사람으로서 그걸 지켜보자니, 섬뜩하더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속성과정을 거쳐 여권 투톱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유권자들의 불신과 혐오를 자초한 기성정치권 책임이라는 지적이다.

기성정치권은 ‘정치초보’ 검사들이 여권 투톱에 오를 명분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법복을 벗은 지 불과 석 달 만인 2021년 6월 대선 도전을 선언하면서 “(문재인정부는)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정부 5년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검사 윤석열’이 정치권으로 뛰어들게 하는 명분이 된 것이다. 한 대표도 마찬가지다. 한 대표는 “보수정치를 혁신적으로 재건하겠다”며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윤 대통령과 친윤이 망쳐놓은 보수정치의 ‘혁신적 재건’을 출마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초보’ 검사들이 여권 투톱을 차지한 게 “정치권이 자초한 결과”라는 반성도 하지만 여권 투톱의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2년 동안 대화의 타협의 민주주의 정치를 외면하고 독선·독주의 ‘검사식 국정운영’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바닥권이다. 윤 대통령 검찰 후배인 한 대표는 아직 ‘검사식 정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일찌감치 ‘검사의 변신’을 걱정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시사인’ 인터뷰에서 “검사나 판사는 미래를 고민하는 직업이 아니다. 항상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현재에 재구성해서 유죄냐 무죄냐를 따진다. 유죄면 몇 년 형이냐 이것만 고민하면 되는 직업이다. 평생을 그 직업에 종사한 사람이 어떻게 별안간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자질을 기를 수 있나. 못한다”고 잘라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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