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미국보다 유럽과 관계개선에 관심 가질 듯

투자 분야는 신에너지·전기차 산업과 관련성 커

중국의 해외투자는 2017년 정점을 찍은 후 지정학적 문제와 팬데믹으로 인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이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 해외투자는 필수다. 해외투자를 통해 자국에서 구할 수 없는 자원과 기술에 접근할 수 있고 이와 동시에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중국 차이신글로벌은 공공정책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 데이터를 인용해 중국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약 4300건의 해외투자에 착수했으며 그 규모가 총 1조4000억달러가 넘는다고 밝혔다.

미국기업연구소는 2005년부터 2023년까지 19년을 네가지 시기로 나눠 분석했다. 1기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인 2005년부터 2008년까지, 2기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럽 부채 위기 기간인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이며 3기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탈세계화 이전 시기다. 4기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팬데믹과 탈세계화 기간으로,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자국의 이익에 집중하는 등 국가경제 간의 상호 의존성과 통합이 감소하는 시기다.

2005~2008년 1기의 연평균 해외투자금액은 290억 달러였고 2009~2013년 2기에는 연평균 690억달러를 해외투자에 썼다. 2014~2018년 3기 연평균 해외투자 규모는 1360억달러로 가장 높았고, 미중간 갈등과 코로나 시기가 겹친 2019~2023년 4기에는 연평균 580억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중국의 해외투자를 ‘신규’ 프로젝트와 ‘이미 가동 중’인 프로젝트로 구분해 보면, 3기에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연평균 투자는 280억달러에 불과한 반면 이미 가동 중인 프로젝트에 투입된 자금은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의 해외투자 전성기에는 이미 존재하는 기업과 프로젝트를 인수하는 것이 주요 투자 접근방식이었다는 얘기다. 4기를 보면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연평균 투자는 약 256억달러로 줄었고 기존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는 340억달러로 급락했다.

후자의 급격한 감소는 탈세계화로 인해 중국 기업이 선진국으로부터 선도적인 생산 기술이나 강력한 시장 영향력을 갖춘 기업 인수를 승인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새로운 공장과 연구 개발 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독자적으로 또는 현지 기업과 협력해 승인을 받기가 더 쉬워졌다. 이에 따라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점차 중국 해외투자의 주류 접근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년 동안 중국 기업이 목표로 삼은 산업을 보면 처음에는 에너지와 광물 자원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최근 10년 동안은 투자 분야가 확대됐는데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상위 3개 산업은 에너지, 운송, 금속광물이었다. 에너지가 전체의 28%를 차지했고, 운송이 20%, 금속광물이 17%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분포는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5년 동안 운송 분야 투자의 78%가 자동차 산업에 투입됐다.

철강, 구리, 알루미늄을 제외한 비전통 금속은 금속광물에 대한 중국 해외투자의 45%를 차지했다. 이러한 투자의 대부분은 전기자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의 중요한 원자재인 코발트와 몰리브덴과 같은 금속의 채굴 및 정제에 대한 것이었다.

지리적 관점에서 보면 유럽과 미국은 3기 중국 기업의 주요 투자 지역으로, 전체 해외 투자에서 각각 39%와 18%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의 해외투자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4기에 27%로 떨어졌다. 미국은 5% 아래로 급감했다.

반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에 대한 투자 비중은 3기에서 4기로 가면서 14%에서 24%로 늘었다. 남미에서는 이 수치가 8%에서 16%로 2배 증가했다.

미중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기업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이신글로벌은 “중국 기업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릴 수 있지만 이러한 투자는 현지 자원 확보와 생산비용 절감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술 습득이나 신규 시장 진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미국보다 유럽과의 관계를 개선할 가능성이 높고, 유럽과 새로운 합작 투자 및 협력 프로젝트를 모색하는 것은 중국 기업이 해외 자원을 활용해 기술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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