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 등 국제공동연구팀 라니냐 유사현상 + 오존홀

기후온난화와 거꾸로 적도를 중심으로 태평양 중앙과 동쪽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의 원인이 밝혀졌다.

극지연구소 김성중(사진) 박사 연구팀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미국해양대기국(NOAA) 부산대 한양대 등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25일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하강 경향의 주요 원인으로 자연변동성과 남극 오존홀 영향을 지목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기후와 대기과학’에 게재됐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14년까지 관측된 태평양 수온을 보면 적도를 중심으로 태평양 중앙과 동쪽에서 떨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인접한 바다는 30여년간 0.5도 낮아져 감소폭이 가장 컸다. 기후온난화와 반대되는 이같은 현상은 대부분의 기후모델이 재현하지 못한 이례적 현상이었다.

연구팀이 주목한 자연변동성은 라니냐 현상과 비슷하게 남태평양 심층의 차가운 물이 동쪽으로 흐르다 남미대륙과 닿으며 위로 치솟아(용승) 표층 수온을 떨어뜨리지만 주기가 다르다. 김 박사는 “라니냐는 2~7년 주기인데 이번에 관측된 현상은 주기가 더 길어 ‘라니냐 라이크’라 불린다”며 “자연에서 수십 년 주기로 나타나는 수온의 변화가 온실가스 증가의 영향을 상쇄할 만큼 컸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기존 기후모델이 부정확했던 또 다른 이유로 남극 오존홀을 제시했다. 남극 성층권의 오존 농도가 감소하자 남극 중앙부 기압이 낮아지고 강한 서풍을 일으키며 적도 인근 무역풍(동풍)과 연결돼 자연변동성으로 낮아진 적도인근 동태평양 바닷물을 태평양 중앙으로 옮긴다.

연구팀은 강력해진 무역풍이 바닷물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저위도에서 고위도 방향으로 이동시키면서 열대 동태평양의 용승 현상을 부추겨 동서간 해수면 온도차를 키웠고, 이는 다시 무역풍을 강화시키는 순환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한 몬트리올의정서 발효 이후 남극 오존홀은 줄어들고 있어 열대 태평양 냉각 효과는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 의미는 수치 모델에 기반한 현재 기후모델이 관측된 현상을 재현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재현하지 못하는 모델을 사용해 기후예측을 하면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모델 개량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서양을 따라 흐르는 심층 해류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가 금세기 중반에 멈출 수 있다는 최신 연구도 관측이 아닌 수치모델 전망이어서 실제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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