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확진자와 강남구 식당서 식사한 60대, 2차 감염

'밀접·일상접촉' 안이한 분류가 확산 방지 '헛점' 작용

모호한 '접촉 기준' 확진자 동선 공개도 가로막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3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 중 국내 첫 2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서울 자치구에 비상이 걸렸다. 6번째 확진자가 강남구에서 식사만 한 뒤 거주지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타 자치구로도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추가 확진자가 보건당국이 일상접촉자로 분류한 사람이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안이한 분류 기준이 감염 확산의 '헛점'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0일 보건당국은 우한 입국자(5번) 중 1명, 3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6번) 중 1명 등 2명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2명의 확진자 추가 발생은 숫자 '2' 추가에 그치지 않는다. 2차 감염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3번 환자와 접촉한 95명에 대한 관리와 추가 접촉자 파악 및 감시에 비상등이 켜졌다.

박원순 시장이 31일 서울시청에서 신종 코로나 대응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이 자리서 박 시장은 7번째 확진자 정보를 제때 공개하지 않은 질병관리본부를 강하게 질책하며 "우한 경유 외국인 입국자 명단을 신속히 넘겨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사진 서울시 제공


더 큰 문제는 6번 환자가 질병관리본부 분류상 '일상접촉자' 였다는 점이다. 감염병 대응 콘트롤타워인 질본은 1차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접촉 정도에 따라 밀접접촉자와 일상 접촉자로 나눈다. 밀접접촉자는 자가격리 조치를 하지만 일상접촉자는 관리 강도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안이한 접촉 기준이 감염병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밀접접촉 범위를 확대해 당장 특별한 증상이 없는 일상접촉자도 자가격리 등 조치를 했더라면 감염병 확산 중대 고비인 2차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확진자와 밥을 함께 먹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는데 일상 접촉자로 분류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불안감 확산, 격리 업무 심화 등 이유 때문이라 해도 밀접 접촉 범위를 너무 좁게 적용한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모호한 접촉기준은 확진자 동선에 대한 정보 공개에도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3번 확진자가 발생했던 강남구 관계자에 따르면 밀접 접촉자가 발생한 곳 정보만 공개할 수 있다. 질본 방침에 따라서다. 이에 따라 자치구는 3번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장소만 공개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확진자와 간단한 접촉만 이뤄진 장소의 경우 장소를 공개할 수 없다는 보건당국 방침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SNS 등에 3번 확진자 이동 동선, 방문 장소 등에 대한 가짜뉴스가 넘쳐나면서 급기야 강남구는 가짜뉴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소규모 업장, 확진자가 간단히 방문한 장소 등은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를 통해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일상접촉자로 분류된 사람에서 2차 감염이 확인된 이상 비공개 명분이 사라졌다는 게 현장을 담당하는 지자체 관계자들 주장이다. 서울 자치구 한 관계자는 "3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 방문한 장소가 강남, 일산 여러 곳에 퍼져있다"며 "더 큰 피해와 불안 확산을 막으려면 장소 정보 등을 최대한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여러 우려가 있지만 상황의 위급함을 감안할 때 장소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메르스 사태 당시 복지부 부대변인을 맡았던 박기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연구교수는 "밀접접촉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WHO 기준, 2차 감염자 발생, 관리대상인 일상접촉자들의 불안 호소 등 종합적 상황을 고려할 때 가급적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1~2시간 후면 사멸되기 때문에 동 시간대, 동일 장소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면 감염 위험이 거의 없다"며 지나친 공포 조장, 확산을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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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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