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경로 따라다니며 방역, 접촉자조사 나섰지만

대중교통·극장·마트 접촉자 확인 한계 '발만 동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거주하는 지역이나 이들이 다녀간 지역 지자체들이 좌불안석이다. 자칫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가장 걱정이 많은 지자체는 12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돌아다닌 곳이다. 이 중국인 환자는 서울 경기 강원 등을 종횡무진 돌아다녔다. 지금까지 확인된 접촉자만 138명이나 된다. 이 환자의 아내 역시 확진판정을 받은 상태다.

이마트 군산점 휴업 안내 |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8번째 확진자가 다녀가 휴업한 이마트 전북 군산점 입구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군산 연합뉴스


12번 환자는 관광가이드로 일본에 체류했다가 지난달 19일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이 환자는 일본 내 확진환자 접촉자다. 방역당국은 일본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2번 환자는 1월 20일에 택시를 타고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을 방문했다. 이후 택시를 타고 남대문에서 쇼핑하고 경기 부천의 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21일에는 지하철과 택시 등을 타고 인천출입국사무소를 찾았다. 이후 택시를 탔고 인천시 남구에 있는 친구 집을 들렀다.

이 환자는 22일 부천에서 한 약국에 들렀고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역으로 이동, KTX로 강원도 강릉에 다녀왔다. 다시 서울역을 거쳐 부천에 돌아온 뒤 의료기관도 방문했다. 이후 수원과 군포도 방문했다. 이 환자는 군포에서도 병원과 약국을 방문했다. 28일 부천에서 또 병원·약국을 방문했고, 30일 오전 부천보건소 선별진료소와 순천향대 부천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12번 환자는 이처럼 활동 반경이 방대하고 다양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했다. 의료기관도 여러 곳 방문했고, 극장 시장 등도 돌아다녔다. 이 환자는 입국 후 2주 가까이 일상생활을 하다 2월 1일에서야 확진 판정을 받고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환자가 다녀간 지자체들은 모두 비상이 걸렸다. 경기 부천·수원·군포와 인천, 강원 강릉, 서울 중구 등이 동선에 포함된 지역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12번 환자는 증상이 발현된 뒤 의료기관 음식점 KTX 극장 등을 이용했다"며 "방문한 장소, 접촉자에 대해서 추가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들도 이들의 동선을 넘겨받아 방역과 접촉자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달 31일 8번째 확진자가 군산시내 대형마트와 목욕탕 등을 거쳐간 사실이 확인되자 비상조치에 나섰다. 비수도권 첫 확진 사례라 긴장감이 더욱 크다. 확진자 발생 확인 즉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24시간 비상경계에 들어갔다. 현재 전북도내 자가격리자 36명 가운데 31명이 이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이다.

더 큰 문제는 이 확진자가 26일 2시간 넘게 머문 목욕탕과 29일 30분 머문 대형마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접촉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자가격리자 중에는 대형마트 두부 판매 직원 1명만 포함돼 있다. 이런 이유에서 전북도교육청도 2일 군산지역 모든 유치원과 학교에 대해 긴급 휴업조치를 시행했다. 3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학생들의 등교는 물론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신입생 예비소집 졸업식 등 교내 활동을 모두 금지토록 했다.

제주도는 5일간 머물다 간 중국인 확진자가 제주에서부터 발열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 중국인은 지난달 21일 딸과 함께 제주도로 입국한 개별 관광객이다. 이 중국인은 4박 5일간 제주에 머물다 25일 양저우로 돌아갔다. 중국 도착 후 26일 발열 증상이 나타나 격리조치 됐고, 30일 중국 정부에 의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 환자가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에도 이미 발열 증상이 있었다는 점이다. 제주도가 이 환자 동선을 확인한 결과 24일 오후 제주시 누웨마루거리의 한 약국에서 해열진통제를 구입한 사실을 알아냈다. 제주도는 이 환자와 제주에서 접촉했던 사람들을 찾기 위해 CCTV 분석작업에 돌입했다. 해당 약국은 임시휴업 조치를 했다. 제주도는 또 이 중국인 관광객의 제주여행 동선을 공개했다. 제주 주요 관광지를 두루 다녔고 시내버스를 세 차례나 탔고, 매일 점심·저녁을 관광지와 호텔 인근 식당에서 먹었다. 이 관광객이 들렀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즉시 휴업에 들어갔고, 투숙 호텔 직원 5명은 자가격리 됐다. 하지만 시내버스 동승자나 같은 시간대 주요 관광지를 다녀간 사람들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편 해외 연수를 떠났던 지방의원들도 속속 귀국했다. 송성환 전북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지난달 29일 7박 9일 일정으로 발트3국 해외연수에 나섰던 광역시·도의회 의장 6명은 모두 2일 귀국해 해당 지역으로 돌아갔다. 이번 연수에는 강원 경남 부산 울산 세종 광역의회 의장들이 참여했다. 김영애 아산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충남 기초의회 의장들도 주민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해외연수 중 조기 귀국했다.

[관련기사]
“국내 유입 환자 줄여야 우리 의료역량이 감당”
영호남, 축제·행사 취소 잇따라
충남지사, 아산에 임시집무실
신종 코로나에 선거운동도 움찔
전세계 '신종 코로나' 중국에 빗장
북한, 1월13일 이후 입국자 밀착 감시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특단조치 총동원
금융권, 신종 코로나 피해 지원나서
중국발 증시 폭락 주의보
신종 코로나발 블랙 먼데이 '우려'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가세 마스크 가격 천정부지
['신종 코로나' 위기 확산] 교육부 "대학 개강연기 권고 검토"
['신종 코로나' 위기 확산] 지역사회 확산방지에 '무증상자' 복병
[기고] 유행병 방역 총력을 다하고 공중보건·일차의료체계 정비할 때
국민 불안한데 ... 코로나 유언비어 '증가'

김신일 이명환 곽태영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