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갈수록 늘어날 듯 … 금융당국 제보 잇따라, 검찰·경찰 수사 확대 나서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원금과 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사기에 돈이 몰리고 있다.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으는 유사수신업체가 수사·재판 중에도 수천억원의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검·경 수사기관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피해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7000억원의 투자금을 불법적으로 모집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이 철씨는 1심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3000억원의 투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다. 내일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5월 제주도에서 회사 팀장들과 만나 "만약에 우리가 유증(유상증자) 3000억원을 성공하면 대한민국 판이 뒤집힌다"며 "저희가 그 전에 했던 비즈니스를 왜 못하겠냐. 할 수 있다. 아직 유죄인지 무죄인지 판단이 안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VIK의 자회사 대표 오 모씨를 유사수신혐의로 지난 10일 구속했다. 오씨는 4000여명으로부터 약 62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모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오씨 수사 당시 VIK대표 이씨의 자택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650억원 상당의 투자금 모집에 이씨가 연루돼 있는지 집중 수사하고 있다.

VIK, 치열한 법정다툼 =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수사나 재판을 받으면 영업활동을 중단했던 과거와 달리 유사수신업체들이 재판 중에도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을 계속 모집하고 있다"며 "관련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는 VIK 재판에서는 유무죄를 놓고 치열한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은 VIK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아 앞서 투자한 사람들에게 수익을 주는 돌려막기를 했다는 입장인 반면 VIK는 대부분 정상적인 투자가 이뤄졌고 투자한 비상장회사가 성공을 거두면서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VIK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이후 투자금을 받지 않고 있지만 최근까지 1800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줬다"며 "돌려막기를 했다면 신규로 들어온 돈을 빼서 줘야 하는데 신규 모집 없이도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 이씨가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명목으로 자금 모집에 나섰고 자회사 대표가 620억원 가량을 모집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돌려막기'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사수신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이숨투자자문 대표의 경우 다른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면서 이숨투자자문을 설립해 새로 투자금을 모았다"며 "새로 모은 자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VIK도 그런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VIK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별도로 백테크(100TECK)라는 유사수신업체를 세웠다가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백테크와 함께 3개 유사회사(더일류, 더마니, 글로벌인베스트)를 통해 광산 및 부동산개발업에 투자하면 원금 보장과 함께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금을 모았다. VIK관계자는 "백테크는 VIK와 관계가 없고 인사위원회를 통해 해촉된 직원들이 설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층 노리는 엠페이스 = 유사수신과 불법다단계혐의를 받고 있는 엠페이스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전국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엠페이스는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공격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엠페이스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MBI라는 기업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투자해 광고권을 구매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고 다른 회원을 가입시키면 추천수당을 준다며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울산지법에서는 엠페이스 대구경북센터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다.

수원지검은 최근 이같은 수법으로 1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모은 엠페이스의 경기지사장을 구속기소했다. 수사기관은 전국에 엠페이스 지사가 대략 20개 가량되고 지점까지 합치면 50개 가량되기 때문에 피해액이 수천억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엠페이스에서 파생된 A업체가 유사한 사업을 벌이고 있어 수사기관이 주목하고 있다. 엠페이스가 말레이시아 기업을 언급하고 있다면 A업체는 인도네시아 기업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엠페이스의 투자 내용이 황당해서 젊은 사람들은 속지 않는 반면에 주로 노인층들이 많이 투자를 하고 있다"며 "고수익을 준다는 말에 노후자금 상당부분을 투자했기 때문에 피해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사기관에서는 엠페이스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하고 있다.

유죄 선고 뒤에도 "문제 없다" =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씨는 FX마진거래를 통해 월 2~3%의 수익과 원금 보장을 해주겠다며 투자금을 모았다가 유사수신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733억원 가량을 모집했지만 재판 결과 대부분의 자금이 FX마진거래 사업에 투자되지 않았고 앞서 투자한 사람들의 이자와 원금 상환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08년 온라인 파생상품 교육과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등의 목적으로 IDS아카데미 주식회사를 운영했다. 2010년 9월에는 FX마진거래를 위해 국내 외환딜러를 양성한다는 등의 목적으로 홍콩에 KIS를 설립했다. FX마진거래는 국제외환시장에서 개인이 직접 외국의 통화를 거래하는 현물시장으로, 환차익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거래를 말한다.

김씨는 FX마진거래로 수익을 낸다며 투자자들을 모았지만 검찰 수사결과 외국환 거래법 저촉 등을 이유로 투자금을 KIS 홍콩계좌에 송금할 수 없었고 수익 역시 발생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약정이자와 원금을 제대로 상환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심은 유사수신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김씨가 피해변제를 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범행으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1심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은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줄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IDS홀딩스의 영업은 계속됐다. 김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IDS홀딩스측은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김씨에 대한 또다른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수신행위란 =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허가나 인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출자금 등의 명목으로 원금 이상의 금액을 반환할 것을 약정하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무허가 유사 금융업을 유사수신행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고수익 좇아 불법 유사수신에 몰린다'연재기사]
- ①│ VIK·IDS(유사수신혐의 업체들)·엠페이스, 수사·재판중 수천억 모집혐의 2016-07-14
- ②│ "투자하면 가만 있어도 월 1억원 수익" 2016-07-18
- ③│ 금융사기업체 1천여곳 영업, 처벌규정 '콧방귀'2016-07-21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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