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사업구조로 투자 유도 … 금감원, 매년 100여개 업체 적발

A씨는 부인이 6000만원을 투자한 W사를 지난 4월 금융감독원에 제보했다. W사가 자동차를 100원에 낙찰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말을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엄청난 수익이 날 것이라는 W사의 말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 부인에게 투자금을 돌려받고 탈퇴하라고 했다.


하지만 부인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오히려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다녔다. A씨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해 금융당국에 W사의 피해를 호소했다. 금감원은 조사를 벌인 뒤 W사에 대해 유사수신행위 혐의가 인정된다며 경찰에 통보했다.

18일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에만 이 같은 유사수신혐의 업체 57곳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수사기관 통보업체는 2012년 48곳에서 2012년 65곳으로 늘었고 2013년 108곳으로 급증했다. 이후 매년 100건 이상씩 적발하고 있지만 규모는 줄지 않고 수법은 더 대담해지고 있다.

김상록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해당 업체의 대표를 처벌해도 관련자들이 다시 비슷한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모으기 때문에 아무리 단속을 해도 유사수신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수익 1/N로 나눠 지급" = W사는 지난 4월 서울 모 호텔에서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며 중국의 한 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W사는 쇼핑에 게임을 융합한 온라인 융합쇼핑 플랫폼을 내세우며 언론 홍보에 열을 올렸다.

W사는 6월에 세계적인 융합쇼핑플랫폼이 한국에 들어오면 전 세계 수익을 '1/N'로 나눠서 지급하기 때문에 지금 투자하면 매월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원금은 물론 수익을 보장한 유사수신행위를 한 것이다.

미리 투자를 해야 고수익을 보장받고 6월 이후에는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다며 고액 투자를 권했다. 하지만 W사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중국 업체도 실체가 불분명했다.

지난 5월 경찰은 W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대표 강 모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수사 결과 강씨는 투자자 1500여명으로부터 404억원을 가로챈 혐의가 드러났다.

강씨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내세웠던 경매게임 프로그램은 개발되지 않았고 W사에 투자하겠다던 중국업체도 자본금 37억원의 소규모 업체로 투자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수익이 나지 않자 후순위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선순위 투자자들의 모집수당으로 지급하는 등 돌려막기를 벌였다.

"103개 언어 통역, 막대한 수익 가능" = B씨는 원금대비 400%의 고수익 보장이라는 T사의 투자금 모집 정보를 듣게 됐다. T사는 '전 세계의 언어를 자유롭게'라는 슬로건을 걸고 89여개국의 언어를 통역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며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1만달러(1300만원)를 투자하면 즉시 또는 다음날 45%를 지급하고 50%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 2만주(액면가 2500원)를 지급한다고 했다. 2500원 주식 2만주는 5000만원으로 원금대비 400%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금을 모은 것이다. 향후 가치상승이 수십배에 달한다며 미국에서도 교민을 상대로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T사는 투자금을 모두 말레이시아 본사에 보내야 한다며 말레이시아 계좌를 개설해 국외 자금유출 의혹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제보를 접수받았지만 이후 B씨와의 연락이 두절됐다. B씨는 제보 이후 협박에 시달렸다며 더 이상 협조가 어렵다며 연락을 끊었다.

T사는 최근 전 세계 103개국 언어로 서비스를 확대했다며 전 세계 언어 6889개 중 1000개가 넘는 언어를 번역할 예정이라며 홍보하고 있다. 금감원은 T사를 경찰에 수사의뢰한 상태다.

"한번 투자에 평생 안정적 수익" = 80세인 C씨는 친구를 따라서 G사에 투자했는데 원금도 돌려받지 못해 애를 태우다 금감원에 제보했다.

G사는 강원도 태백 풍력발전사업권을 획득했다며 가동만 되면 추가 투자 없이 전기가 생간된다고 투자유치를 벌였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이 전량 매입하기 때문에 영원히 망하지 않는 특수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면서 "한번 투자로 평생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며 사업 내용이 밖으로 알려지지 않도록 당부하는 등 자신들만 알고 있는 특수한 사업인 것처럼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G사는 6개월 투자에 3배 수익을 보장한다는 또 다른 유사수신혐의 업체의 2개 투자회사 중 하나로 명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투자회사인 K사도 유사수신혐의를 받고 있어 여러 개 유사수신업체를 만든 뒤 공동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 팀장은 "매년 100여개가 넘는 유사수신업체를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있지만 실제 재판으로 넘어가는 비율은 20%정도에 불과하다"며 "유사수신행위로 인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영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법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수익 좇아 불법 유사수신에 몰린다'연재기사]
- ①│ VIK·IDS(유사수신혐의 업체들)·엠페이스, 수사·재판중 수천억 모집혐의 2016-07-14
- ②│ "투자하면 가만 있어도 월 1억원 수익" 2016-07-18
- ③│ 금융사기업체 1천여곳 영업, 처벌규정 '콧방귀'2016-07-21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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