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이 벌써 5년전 일이다. 비트코인이 출현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15년 전이지만 가상화폐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의 가격이 하나에 8000만원을 상회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최초 거래된 2009년 시점으로 돌아가면 비트코인 하나는 불과 1원 정도였다. 이 사실을 상기하면 10년 만에 코인 하나의 가치가 8000만배나 폭등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도권 화폐로 말하면 현재의 1000원의 가치가 10년전 1000원의 가치에 비해 감소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비제도권 화폐라 가능했던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5년간 매분 매초 변해왔다. 2023년 6월 현재 3400만원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나 이 가격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예측 못한다. 현재 가치는 작년 이맘때 가치보다 3500달러 상승한 상황이다. 지금도 어떤 전문가는 코인 가격이 제로로 갈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보는 반면, 또 다른 전문가는 내년 말이면 1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매우 상반된 예측을 내놓는다.

그러는 사이 비트코인을 거래하고 투자하는 이들은 전세계에서 10억명에 달할 정도로 불어났다. 이는 성인 기준으로 7명 중 1명이 거래한다는 의미다. 국내 상위 10개 가상화폐거래소 등록 자료를 토대로 보면 우리나라도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은 2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나 된다. 소유자 이외에도 코인을 거래하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대략 700만명, 성인 중 17%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 가상화폐 자산 신고의 맹점

이런 가운데 미국 영국 같은 금융 선진국의 경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글로벌 코인 이외에 해당국가 내에서만 제작 생산해 유통되는 로컬코인을 절대 허가하지 않는 금융규제를 비트코인 광풍이 불던 2018년 초기부터 시행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엄격한 규정을 도입하지 않아 가상화폐 시장은 난립 양상으로 번졌다.

이런 틈을 타 로컬코인들은 '김치코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양산돼 한때 600여개를 넘길 정도로 과열된 상황을 보였다. 그후 김치코인에 대한 금융규제가 허술한 틈을 타 코인이체 수법을 써서 시세 단타 차익을 내는 일이 적지 않게 벌어졌다. 최근에는 문제가 된 코인거래에 이런 부정수법을 사용하지 않았겠냐는 의혹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해 제기되는 일까지 생겼다. 그후 국내에서는 이 사건사고의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는 언론 기사들의 등장으로 또 한번의 5년 전의 가상화폐 보도 광풍을 재현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실 공직자가 연루된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지자 2022년 1월부터 소유한 가상화폐 자산에 대해서는 공직자 자산 자진신고 시 등록하게끔 규정을 졸속 개정한 바 있다. 이 법안이 졸속이라고 하는 것은 2022년 이전의 거래내역에 대해서는 신고하지 않아도 무방한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실제 아무런 효과도 없을 이런 뒷북 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국회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왜 선제대응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반성도 없었던 점은 그런 수준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FIU란 정상 금융거래 양태에 속하지 않는 의심거래를 색출하기 위해 거래를 세밀 분석하는 곳이다. 자체 수사권은 없으나 미국은 이런 혐의거래 색출을 수행하는 조직이 FBI 소속으로 되어 있어 수사권까지 자체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우리 FIU는 수사 대상 혐의거래로 분류된 경우에 한해 자료를 검찰에 넘겨 수사를 요청하는 수순을 밟는다. 그러므로 FIU는 수사권 없는 FBI에 해당한다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

블록체인 적용 않는 거래 역이용 가능

모든 금융거래는 종착지에 이르면 현금화라는 과정에 돌입한다. 현금화 없이는 어떤 자산도 휴지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FIU 혐의거래 색출시스템은 얽히고 설킨 현금화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하게끔 정밀 설계돼 있다. 대개 혐의가 공범 형태를 띄고 있어 확인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모든 금융권 거래가 디지털화되어 흔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전모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아직 금융권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하고 있지는 않으나 그 기술이 전면 채택되는 날에는 거래흔적에 대한 역추적까지 완벽해져 어떤 형태의 자금세탁도 은폐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아직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본적으로 채택한 가상화폐 거래에서도 거래소 중심으로 맹점이 적지 않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지 않는 아주 작은 일각만 허용해도 그를 교묘하게 역이용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언제 어디서 불쑥 튀어나올지 모르는 이런 블록체인의 역습에 주의를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