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힘 모아야"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지원 촉구

오염수·고속도로 논란 쟁점 관련 상임위 등 일정 연기

집중 호우에 따른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공방을 주고 받던 현안 대신 피해 극복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양평 고속도로 문제 등을 의제로 올린 당·상임위 일정을 순연하고 당분간 수해 수습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여야 모두 '정쟁'으로 비칠 정치 공세도 최대한 자제하는 양상이다.

윤재옥 원내대표, 폭우 피해지역 방문 |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6일 경북 예천군 폭우 이재민 대피소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국민의힘 "언행 주의, 해외출장 자제" = 국민의힘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의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리는 등 낮은 자세로 수해 대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기현 대표는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고 수해 현장으로 향했다. 김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은 이날 오전 중 공주시 금강빌라와 공주시 이인면 만수리의 침수지역을 찾은 후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침수지역까지 연달아 방문했다. 미국 출장중이던 김 대표는 전날 일정을 앞당겨 서둘러 귀국한 직후 주요 당직자들과 호우 피해와 관련한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김 대표는 "당력을 총동원해 피해 복구에 전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직자 전원에게 언행에 각별히 주의할 것은 물론 수해현장 방문 및 자원봉사 등의 활동을 할 때 현장 공무원들의 업무 수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방문시에도 수행 인원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전날 충북 괴산군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을 잇달아 방문한 윤재옥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리는 낮은 장세를 강조하고 있다다. 당 공보실은 이날 원내 공지를 통해 "윤 원내대표는 수해 상황과 관련해 오늘부터 당분간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괴산군 수해 현장에서 "괴산군을 신속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는 송인헌 괴산군수 요청에 "당연하다"고 했다. 경북도청에선 피해상황 점검 후 "피해가 심각하다"며 "예상하지 못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까지도 정부가 대응·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괴산 이재민 대피소 방문한 이재명 대표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충북 괴산군 대피소에서 폭우 이재민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특별재난구역 선포 서둘러야" = 민주당은 국난극복에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취약지역에 대한 선제적 안전조치와 더불어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17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추가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면서 "인재를 반복하지 말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면서 "민주당도 시도당 차원으로 비상체제를 가동해 복구지원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16일 인명 피해가 난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사고 현장과 괴산 이재민 대피소와 수해 피해를 입은 채소 농장 등을 돌아봤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이번 수해가 인재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지금은 피해복구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17일 침수피해가 큰 충남 부여·청양, 공주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국가적 재난상황에 맞게 민주당도 수해대응 총력체제로 지원하겠다"면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위한 피해조사 기간을 대폭 단축해야 하고 읍면동 선포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군 단위의 피해가 지원기준에 모자랄 경우 읍면동 단위의 피해를 따져 지원했던 전 정부 전례를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재난상황에서 해외 순방일정을 연장한 것을 두고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대통령실의 해명은 상식적이지 않다. 수해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추후 국회에서 진위를 가려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오염수·고속도로 공방 잠정 휴전 = 여야 지도부가 수해 피해 복구를 강조하면서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 등 쟁점 현안을 둘러싼 공방은 일시적으로 휴지기를 가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행정안전위원들은 17일 예정했던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방문 일정을 순연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관련 야권 공세를 차단하고 우리 수산물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상임위별로 진행해온 행사였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이어온 '오염수 투기 저지 단식 농성'을 21일 만에 중단하고, 수해 지원 상황실을 가동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방위원-외통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계획했다가 취소했다. 대신 수석 대변인 논평으로 '공세 수위'를 낮췄다. 또 17일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도 취소됐다. 당 혁신위도 같은날 제주도를 찾아 당 혁신 방향에 대한 여론을 들을 계획이었으나 역시 취소했다.

여야는 이번 주 예정됐던 국회 상임위 일정도 상당 부분 축소하거나 순연했다. 당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는 17일 각각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현안 질의를 할 예정이었으나, 법사위는 현안 질의를 안건에서 제외하고 주요 법안만 우선 처리하기로 했고, 국토위는 회의 일정 자체를 연기했다. 17일 예정됐던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법안심사소위원회와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도 연기됐다. 다만 지난주 인사청문회를 마친 권영준·서경환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17일), 국회 본회의(18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21일) 등은 당초 계획대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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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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