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예천 등 큰 피해

희생자 애타는 사연들

충북 청주 오송지하차도 침수사고 피해자들이 하나둘 수습되면서 안타까운 사연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5대가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겨 고립됐다. 이 사고로 전날 30대 남성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후 16일 747번 급행버스 출입구에서 7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모두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수색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사망자 등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30대 남성은 결혼한지 두달도 안된 새신랑이자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는 사고 당일 임용시험을 보려는 처남을 KTX 오송역까지 바래다주려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지하차도에 갇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A(24)씨는 친구들과 전남 여수로 취업기념 여행을 떠나기 위해 버스를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당시 버스엔 A씨와 친구 한명이 더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747번 버스 운전기사도 시신으로 발견됐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그는 버스에 물이 차오르던 순간까지 "창문을 깰 테니 나가라"며 승객들에게 탈출을 독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세 아이를 둔 40대 치과의사, 휴일에도 일을 하러 집을 나선 70대 여성 등 사망·실종자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경북에서도 폭우에 불어난 물과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선 지난 15일 새벽 산사태를 피해 대피하던 일가족 중 60대 여성이 토사에 휩쓸려 실종됐다. 예천군에서 퇴직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은 집에서 잠을 자던 60대 남성도 변을 당했다.

같은날 영주시 풍기읍에선 부녀가 무너진 주택에서 숨친 채 발견됐다. 소방방국이 매몰된 60대 아버지와 20대 딸을 구조했으나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문경시 동로면 수평리에서는 30대 태국 여성이 주택 침수로 숨졌다. 숨진 여성은 다른 외국인 3명과 함께 있다가 혼자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는 지난 13일부터 이어진 비로 17일 오전 9시 현재 27명의 실종·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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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 전국종합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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