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놓고 논란

"부적절하게 쓰이던 혈세, 재난에 쓰자는 것"

수해 지원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카르텔'을 언급한 데 대한 정치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야권에선 대통령이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해 사과는커녕 주로 전 정부나 야권을 비판할 데 쓰던 용어를 사용해 정쟁화한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선 부적절하게 사용되던 혈세를 찾아내 재난 복구에 쓰자는 말이라며 뒤늦게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도 대통령의 재난 대응에 대한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해 피해농민들과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충남 공주시 탄천면 대학2리 마을회관을 찾아 수해 피해 농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18일 오전 국민들에게 생중계된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발언은 이날 내내 정치권에서 회자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정치 보조금을 전부 삭감해 농작물 피해 농가와 산 붕괴 마을 100% 보전에 투입하라"고 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야권에선 당장 비판이 나왔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뒤늦게 나타나 공무원 질책하고 시스템 바꾸자고 하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면서 "이권 카르텔 운운하며 정치적으로 (수해를) 이용해서는 안 되고,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가영 정의당 대변인도 "남의 탓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공직 기강을 바로잡고, 대통령 자신부터 재난 대응에 만반의 태세를 갖춰도 모자랄 상황인데, 뜬금없이 범인은 카르텔이라며 또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를 옥죌 궁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폭우로 인해 40명 이상의 국민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위로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메시지를 내야 할 때에 대통령이 정치적 용어인 '이권카르텔'을 꺼낸 데 대한 비판이다.

여권 내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발언에) 공감과 배려,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한책임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염치가 있다면 수많은 생명을 잃은 이 참사에 또 카르텔을 들먹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이권 카르텔은 정치적 용어이고 수해 복구는 절박한 현안으로, 이 두가지를 엮는 것이 첫번째 오류다. 액수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보조금을 어떻게 산출할지가 불명확한데 그것을 재원으로 하는 것이 두번째 오류"라며 "이런 메시지를 낼 것을 조언한 참모는 당장 잘라야 한다"고 썼다.

비판이 높아지자 여권 지도부는 대통령의 '진짜' 취지를 설명하며 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말씀의 취지는 국민 혈세로 이권카르텔의 배를 불리는 정치적 보조금, 끼리끼리 나눠먹는 보조금 등 부적절하게 사용되던 국민혈세를 재난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데 써야 한다는 것으로 대단히 상식적이고 올바른 지적"이라면서 "원래 예산 중 아낄 수 있는 것을 아껴서 재해복구와 지원에 사용하고 내년, 내후년 예산 확정 때 그간 방만하게 집행됐던 정치적 보조금을 폐지해 복구와 재난안전시스템에 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 아마 (대통령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예산을 끌어 모아서 이를 통한 수해 복구 작업에 써야 된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어디에서 부정하게 혹은 감축시킬 수 있는 예산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따져서 훨씬 더 많은 재정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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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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