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몬트리올 국제협약서 채택

2030년까지 5천억달러씩 줄여야

“정책 입안자들의 의지가 중요해”

생물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 전통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경제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각종 정부 보조금이 생물다양성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 줄여나가자는 국제 협약도 등장했다.

아예 생물에 대한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간의 자리에 밀려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들에 대한 복지를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지 오래다. 이번 환경면에서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았다.

#1. 운송 수단의 화석 연료 사용을 늘리도록 장려하는 보조금이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칠까 아닐까.

#2. 바이오연료 작물재배 보조금에 따른 산림훼손은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칠까 아닐까.

#3. 생산가격보다 낮은 수도요금은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칠까 아닐까.

환경부가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2022년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목표 18에 따른 조치다.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은 ‘생물다양성에 특정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들의 사용을 증가시키는 보조금’ 정도로 의미를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신용민 부경대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서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을 줄이겠다는 목표는 세웠지만 어떻게 이를 평가할지 구체적인 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국제협약을 이행해야 하므로 진행되는 상황에 맞춰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물다양성 유해여부를 따지는 일보다 훨씬 협의의 의미이긴 하지만 환경과 자연자원 보호 문제와 결부된 수산보조금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의 수산보조금 논의(금지 대상 보조금에 면세유나 원양 보조금 포함 여부 등)도 함께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서는 2025년까지 생물다양성에 유해한 보조금을 포함한 보상책을 공정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개혁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또한 생물다양성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2030년까지 매년 최소 5000억달러씩 유해보조금을 줄이고 긍정적인 보상책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환경부가 각종 보조금들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따른 조치다. 사진은 4일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떠오른 전북 고창의 한 갯벌. 사진 이의종

◆지속가능한 이용 촉진 국제 재원 미미 = 물론 이는 쉽지 않은 과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 및 기타 보상책의 식별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에 유해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보조금을 포함한 정부 지원은 연간 8000억달러 이상이지만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동원된 국제 재원은 연간 780억~910억달러로 1/10 수준에 불과하다.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서 목표 18을 세운 이유도 이처럼 속도가 안 나는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 퇴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한국환경연구원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지속가능한 탄소흡수원 확보를 위한 생물다양성 관련 보조금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보조금 혹은 지원이 행동에 끼치는 영향과 그 행동이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영향을 정립하는 데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또한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 영향보다는 간접적인 영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한 예로 운송 수단의 화석 연료 사용을 늘리도록 장려하는 보조금은 직접적으로는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화석 연료 사용으로 증가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해 생물다양성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생물다양성과 연계는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생물다양성 테마의 날’이 열리는 등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일이 파리협정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인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Christiana Figueres)를 포함해 파리협정의 주요 설계자 중 4명은 세계 지도자들에게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생물다양성에 관한 ‘야심적이고 변혁적인’ 국제 생물 다양성 협정을 만들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4일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살아 숨 쉬는 전북 고창의 한 갯벌. 사진 이의종

◆프랑스 세계 최초로 녹색 예산 발표 = 국가 예산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프랑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녹색 예산’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국가예산 전체와 475개 재정예산을 △친환경 혹은 환경에 긍정적(favorable) △중립(neutral) △환경에 유해 혹은 부정적(unfavorable)’으로 구분해 생물다양성 유해 보상책을 식별하고 분석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예산 및 세금 지출 총 5742억유로 중 528억유로가 환경에 영향을 미쳤다.

앞선 환경정책으로 알려진 독일도 국가생물다양성전략에 생태계에 유해한 보조금 철폐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독일 보조금 보고서와 독일환경청 국제통화기금 등에 나온 보조금 정의에 따르면 이 보조금 유형에는 △사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금융 지원 △특정 경제 활동에 대한 세금 면제 △특정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혜택 △세법에서의 누락 △특정 제품을 우대하는 규제 또는 기술적 지원 △외부 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가격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들 국가 역시 이러한 결과를 도출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13일 환경부 관계자는 “우선 생물다양성에 유해한 보조금들이 무엇인지 분류를 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라며 “아직 예단할 수는 없지만 좀 더 개선이 필요한 보조금이 어떤 것들인지 판단한 뒤 소관 부처에 개선 권고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초기부터 난항이 예상된다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당장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고 산업과 성장 논리를 더 우선시하는 상황에서 얘기 자체를 꺼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부처 간의 서로 다른 가치평가를 조율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게 분명하다.

‘지속가능한 탄소흡수원 확보를 위한 생물다양성 관련 보조금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유해한 보조금을 포함한 보상 규모 감축 및 제거 등의 개혁은 이해관계가 다양하고 사회경제적 혜택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면서 “복잡한 정치적 과정이 얽혀 있는 만큼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하기 위해 공론화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정책입안자들의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 생물다양성협약(CBD) = 유엔(UN) 3대 국제환경협약 중 하나다. 1992년 4월 UN 환경계획회의에서 채택됐다. 생물다양성 보전과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으로 얻어지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분배하는 게 목적이다.

■ 파리협정(Paris Agreement) =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됐다. 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2016년 11월 발효)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2018년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하면서 1.5℃의 과학적 중요성은 전세계적으로 확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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