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 ‘밸류업 세제지원 공청회’

기업주식가치 상향 정부 세제지원안 밑그림 드러나

상속세는 과세표준 구간 3배 완화하고·세율 대폭 ↓

“세수위기에 ‘부자감세’ 할 이유 없어” 반론도 많아

다음 달 정부 세법개정안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 감세안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저평가된 기업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는 ‘밸류업’을 감세정책의 주요 근거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부자 감세 강화’라는 지적이 많아 실제 세제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 세제개편안은 대부분 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결국 원내 다수당인 야당의 ‘동의’ 여부에 ‘감세 현실화’가 달린 셈이다.

◆세제개편안 의견수렴 = 지난 24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최한 ‘밸류업 세제지원 공청회’가 열렸다. 앞서 정부는 기업의 ‘밸류업’(저평가 기업의 주식 가치 제고)을 지원하기 위한 세법·상법 개정 작업에 앞서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차 토론회의 주체가 한국경영자총협회로, 참석자도 친기업 인사 편향이란 지적이 제기돼 2차 토론회가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토론회 당시에는 현행 1억원 이하에서 시작하는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을 15억원 이하로 대폭 상향하고, 최고세율 적용구간 기준도 30억원 초과에서 100억원 초과로 바꾸고 최고세율도 50%에서 10%p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반면 2차 공청회에서 상속세 분야 발제를 맡은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심충진 교수는 과세표준 구간 자체는 완화하는 대신, 최고세율을 3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상속세율을 현행 10~50%에서 6~30%로 낮추거나, 과세표준을 1억 이하~30억 초과에서 3억 이하~90억 초과로 완화하거나, 둘 다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또 최대주주 할증 평가는 폐지하되 최고 상속세율을 30%로 조정할 경우 단기적으로 5~10%로 축소하는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매출액 기준 5000억원에서 1조원 이하로 완화하고, 공제한도도 1000억 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앞서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이 “OECD 상속세 평균은 약 26.1% 내외로 추산되기 때문에 최대 30% 내외까지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결국 상속세 최고세율 조정을 포함한 최근 거론되는 감세안이 사실상 정부의 상속세 개편방향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밸류업 명분 감세, 부작용 우려” = 하지만 전문가들은 ‘밸류업’을 위한 감세 방안이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법인·소득세에 대해 발제한 조세연 홍병진 부연구위원은 주주환원을 달성한 법인과 소액주주를 위한 다양한 세제지원책을 소개하면서도 “기업은 수익창출과 가치증대에 힘쓰고, 투자자는 적극적 행동과 합리적 투자선택을 실행하는 것만이 중장기적으로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조세 지원은 초기 정착과 행동 유도를 위한 단기적 촉진 수단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특히 역대급 세수 펑크를 겪었던 지난해보다 더 세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마땅한 세수대책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국공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신승근 교수는 “지방 공무원들의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로 세금이 부족한 상황인데 세금을 깎아주자는 논의가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며 “세금의 첫째 목표는 결국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하기 위해 거두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다른 정책적 목표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결국 상속세는 개인이 낼 뿐, 기업의 가치와 직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겉으로는 상속세 법정세율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 전체 상속 건수의 약 4.5%의 소수만이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체류세율이 10% 이상이어서 상속세는 아주 극소수의 부자들에게만 걷히는 세금”이라며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반박했다.

국세청의 총 상속재산 가액 규모별 상속세 신고 현황을 보면 상속세 과표구간상 최고세율 50% 적용 대상인 30억원 초과 재산을 상속받은 신고자는 2983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0.005% 부자들만을 위한 세금인 셈이다.

정 교수는 “세수 위축 뿐 아니라 부의 대물림이라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안”이라고 비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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