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수정안 수용 가능성 열어둬 … ‘대법원장 추천, 민주당 비토권’ 검토

민주당 “25일 본회의 열어 방송 4법 처리 … ‘한동훈 특검법’ 지렛대 활용”

우원식 의장, 정부여당에 ‘중재 수용’ 재요구 예상 … 간호법 합의 통과 시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선됨에 따라 강공 위주로만 질주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전략수정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거대양당에 ‘냉각기’를 재주문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제안하는 긴급 입장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안’ 상정 일정이 다소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대표의 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특검후보에 대한 비토권을 갖는 등의 수정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간사와 대화하는 법사위원장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24일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한동훈 신임대표의 당선으로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 일정 등이 재검토될 수 있다”며 “한동훈 특검법 역시 협상을 위한 주요 지렛대가 될 수 있는 만큼 채 상병 특검법을 성사시키기 위해 25일 상정되는 한동훈 특검법에 대한 법사위 법안소위 논의도 다시 봐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애초 25일 본회의에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안과 함께 방송 4법, 노란봉투법, 25만원 민생지원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을 상정할 계획이었고 국민의힘은 한 법안당 24시간씩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특검후보에 대한 추천권을 대법원장에게 주는 ‘제3자 추천방식’을 제안한 만큼 부결이 뻔한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서둘러 상정하기 보다는 기류를 좀더 두고 보자는 의견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모 의원은 “25일에 채 상병 특검법을 올리면 무조건 부결되는 데 협상의 여지가 있다면 굳이 내일 올릴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온다”며 “민주당이 한동훈 대표의 제3자 추천방식을 수용하는 것도 검토할 만 하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 논의 내용에 밝은 한 인사는 “민주당이 한 대표의 대법원장에 의한 특검후보 추천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다만 민주당에서 ‘부적격 후보를 거부하는’ 비토권을 갖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면서 “다양한 해법이 논의되는 만큼 민주당 내부에서도 타협점을 찾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 국회의장은 이날 긴급 입장문을 내고 거대양당과 정부의 ‘중재안 수용’을 재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 의장은 지난 17일 제헌절에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여야 모두 방송법을 둘러싼 극한 대립에서 한발씩 물러나 잠시 냉각기를 갖고 정말로 합리적인 공영방송 제도를 설계해보자”며 야당엔 “방송4법에 대한 입법 강행을 중단하고, 여당과 원점에서 법안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 논의도 중단하기 바란다”고 했고 정부와 여당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을 중단하기 바란다. 방통위의 파행적 운영을 즉각 멈추고, 정상화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입장을 확인했고 제안한 지 1주일이 지난 점을 고려해 이날 ‘중재 의지’를 다시 밝히는 입장문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의장실 핵심관계자는 “의장으로서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한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면서 “현재의 갈등구조를 해결할 해법은 이미 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이 적절하다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상황이므로 다시 한번 정부와 여당, 야당에 정치의 복원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신임대표의 발언 등을 종합해 보면 경색된 국면을 타개할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당선 직후라는 점에서 시간이 좀 필요한 만큼 25일 본회의에는 방송 4법 등 일부 법안만 상정하고 채 상병 특검법은 올리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로 현재의 의정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간호법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열려 있다”면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수정 통과시켰던 것처럼 상임위에서 논의 중인 간호법을 재상정해 통과시키는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현재 복지위 법안소위에는 여당의 간호사법과 민주당의 간호법을 놓고 한창 힘겨루기 중이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당 대표를 향해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결에 찬성 표결을 당론으로 확정함으로써 민심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주시기를 바란다”며 “국회법 절차에 따라서 최대한 신속히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및 방통위법) 처리를 매듭짓겠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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