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가격 9월 큰폭 하락 … 4분기 이후 시장 불확실성 켜져
반도체 수출이 지난달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IT수요 부진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수출 주력 제품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이 역대 최대인 136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흐름을 유지 중이다. 올해 월간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6월 134억달러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뒤 7월 112억달러, 8월 119억달러로 다소 주춤했으나, 이번에 다시 강한 상승세를 회복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새 아이폰 등 신규 스마트폰 출시, 인공지능(AI) 서버 신규 투자, 일반 서버 교체 수요 확대 등에 따라 메모리 중심의 견조한 수요가 지속됐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까지 이어져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9월 전체 반도체 수출액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비중은 87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수출 증가율이 61%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대미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111.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도 17.8% 증가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 역시 반도체 수출액 증가에 주효했다. D램(DDR4 8Gb)과 낸드(128Gb) 고정가는 각각 작년 대비 31%, 14% 상승했다.
낸드플래시메모리를 기반으로 만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수출 역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 기업용 수요 증가가 지속된 덕분에 크게 증가헸다.
올해 9월 SSD 수출액은 12억4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68.8% 급증했다. SSD가 포함된 컴퓨터의 지역별 수출 동향을 보면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미국(4억8000만달러), EU(1억2000만달러), 아세안(1억3000만달러) 등 위주였다.
정부와 업계는 이처럼 반도체 수출액이 다시 강한 상승세를 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비관적인 전망으로 야기된 ‘반도체 겨울론’을 불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반도체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4분기 이후 전망이 불투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7달러였다. 이는 전월 대비 17.07% 급락한 것이다. 지난해 4월(-19.89%)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초 상승세를 보였으나 지난 5월 이후로는 큰 변동 없이 유지돼 오다가 9월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9월 들어 급락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9월 평균 가격은 4.34달러로, 전월 대비 11.44%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높은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수요 반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업체들은 4분기에도 재고 감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D램 조달 규모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소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28일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의 H20 대신 중국산 AI칩을 구매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 H20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생산한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탑재한 것으로 열려져 있다. 중국내 H20 판매량 축소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D램 낸드 HBM 등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다”면서도 “IT 수요 축소, 미중 기술규제 등 불안요소도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고성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