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직원 350명 신분상 조치
전력연구원 퇴사 52명·휴직 73명
허종식 의원 “연구개발 위축 우려”
한국전력공사 상임감사가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350명이 넘는 연구개발(R&D) 직원들이 무더기 신분상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력연구원 퇴직·휴직자가 급증하는 등 한전의 R&D 역량이 위축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한전에서 받은자료에 따르면 2023년 3월 7일 전영상 상임감사가 취임한 이후 올해 7월까지 1년 5개월 동안 86건의 자체감사를 진행했고, 958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내렸다.
전 상임감사 취임이전 진행했던 감사(1년 5개월간)와 비교하면 횟수는 71건에서 86건으로 15건 늘었고, 신분상 조치는 479명에서 958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한전 내부는 물론 에너지업계 전반적으로 ‘먼지털이’ ‘건수잡기’ 식 감사라는 논란이 불거지는 배경이다.
특히 감사실의 집중 타깃이 된 곳은 R&D 분야로 조사됐다. 한전 감사실은 특정감사 조치요구서에서 감사배경에 대해 “정부는 2023년 6월 기존 나눠먹기식 R&D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며 “이에 R&D 예산 운영 합리화와 연구카르텔 타파를 위해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전 연구개발의 핵심 기관인 전력연구원과 본사 기술기획처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집중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1건을 지적하고 199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징계 82, 경고 77, 주의 40)를 내렸다. 지적 사항 2건에 대해선 수사의뢰했다.
한전 감사실은 “일반·선임·책임연구원의 관리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수석 연구원들도 신분상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고 허 의원실이 전했다.
앞서 감사실은 전영상 상임감사 취임 20여일 만인 지난해 3월 27일부터 4월 7일까지 전력연구원 종합감사를 진행, 20건을 지적하고 154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전 감사 취임이후 전력연구원 직원 353명에 대해 신분조치를 취한 것이다.
나아가 한전 감사실은 최근 ‘정부과제 R&D 집행실태 특정감사’에 착수, 전 감사 취임이후 3번째 R&D 분야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영된 듯 올해 들어 전력연구원 직원들의 퇴사와 휴직이 급증했다.
퇴직자는 △2022년 18명 △2023년 20명 △2024년(8월 기준) 42명으로 늘었고, 휴직자도 △2022년 24명 △2023년 34명 △2024년(8월 기준) 51명으로 증가했다. 전 감사 취임 시점을 기준으로 집계하면 52명이 퇴사하고, 73명이 휴직했다.
허종식 의원은 “한전 감사실이 시스템 개선보다 ‘먼지털이’식 감사에 집중하면서 전력산업 연구생태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경쟁력 강화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한전의 감사방식이 권한을 남용한 건 아닌지, 다른 공기업들도 비슷한 잣대로 감사를 진행하는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전직 에너지공기업 상임감사는 “방만경영을 막아 국민이익을 지키는 역할이 공공기관 감사가 하는 일”이라며 “이제는 문제가 일어난 후 해결책을 찾는 역할에서 벗어나 발생가능한 위험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선제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한전 감사실은 “감사과정에서 확인된 비위행위 등을 묵인하거나 은폐하는 건 오히려 감사인의 책임을 해태하는 것”이라며 “전력연구원에 대한 감사는 연구원와 용역기관간 유착의심 사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징계규모 350명은 주의·경고처분이 포함된 것으로 견책이상 징계가 확정된 인원은 약 40명”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호 박준규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