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이르면 30일 결과

법원 판단 별개 대항매수키로 … 기대수익 높아진 기관투자자 움직임 ‘주목’

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이 대항매수에 나서기로 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경영권 분쟁의 ‘키’를 쥐고 있는 기관투자자 등 고려아연 기존 주주들로선 선택의 여지가 넓어진 것으로 이들이 움직임이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영풍과 사모펀드 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맞서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1조원 이상 자금을 마련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경우 영풍과 MBK 보다 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입 시기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영풍과 MBK는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 고려아연과 그 계열사가 자사주 매입을 못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공개매수 기간 주가조작 가능성 등을 막기 위해 공개 매수자와 매수자의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가 아닌 방법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을 금지한다.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이 영풍 계열사로 특별관계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이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만큼 특별관계자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결정은 이르면 이날 저녁이나 2일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은 이달 4일까지인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 매입이 가능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경우 곧바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시하고 자사주 매입이 나설 예정이다.

법원이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 매입을 금지해도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시간이 끝나는 7일부터 공개매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로 한 건 회사 보유자금을 활용할 수 있어 사모펀드 등 외부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가 직접 지분을 늘릴 경우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하는 부담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이사회나 경영진의 배임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시세가 오른 상황에서 더 비싸게 자사주를 사들이면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 또 회사 자금을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기존 주주들로 매수 대상을 특정 주주로 제한하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한다.

앞서 영풍과 MBK는 공매매수 가격을 66만원으로 제시했다가 지난 26일 75만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고려아연은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주주들로서는 더 비싸게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양측 모두 우호지분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더 큰 수익을 기대한 기존 주주들이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에 응할 경우 영풍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주식 거래에는 다양한 요인이 고려되기 때문에 단선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대수익률만 봐서는 고려아연 투자자들이 영풍·MBK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기관투자자 등은 기대수익률 뿐 아니라 대주주와의 우호관계, 장기적인 이익, 목표수익률 달성 여부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식거래를 하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구본홍, 김영숙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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