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의심 계좌 은행 정보공유 시급

지난 20일 A은행에 한 남성이 통장을 개설하러 왔다.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고 있던 남성을 이상하게 여긴 은행직원은 30~40분간 발급을 늦추면서 신원을 확인했다. 은행직원은 신원 확인을 위해 선글라스를 벗어달라고 요구했고 그 순간 남성은 도망쳤다. 확인결과 해당 남성은 교도소에 있는 형의 신분증으로 통장을 개설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은행의 다른 지점에서 통장이 발급됐다. A은행 내 지점 간 해당 남성에 대한 정보를 즉시 공유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다. 같은 은행 내에서도 정보공유가 안되고 은행 간 정보공유는 더더욱 어렵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은행 관계자를 불러 조치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대포통장 발급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금융사기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선해 금융회사간 의심거래 정보의 상호 공유를 추진 중이다.

금감원은 매일 은행들의 대포통장 피해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은행별 지급정지 신청건수와 피해환급 건수 가 집계되도록 했다. 지급정지 신청이 많다는 것은 해당 은행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범죄에 이용됐다는 말이다. 피해 건수가 많은 은행에 대해서는 담당자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지점장의 경우 카드 신규 발급 실적이 100건이라도 대포통장 1건이 발생하면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최근 대포통장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금감원과 경찰청이 13일부터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한 이후 금감원에 접수되는 피해건수는 지난해 하루 200건 에서 최근 100건으로 줄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현상이 단속 초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인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경찰도 단속 강화의 결과로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대포통장에 송금된 자금을 인출하는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인출인력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중국 등 해외에 있는 인출관리팀이 직접 한국으로 급파해 국내 인출인력을 포섭하고 관리를 하다가 검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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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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