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분기, 미국가계가 보유한 현금(입출금통장 잔고 포함)은 약 1조달러였다. 하지만 올해 2분기 4조7000억달러로 치솟았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BBW) 최신호는 "2차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라고 전했다.

미국인의 현금 보유량이 크게 늘어난 건 우선 연방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 덕분이다. 2020~2021년 1조5000억달러를 경기부양책과 실업보조금으로 풀었다. 주정부, 기초단체의 지원금과 간접적인 보조금을 합치면 훨씬 더 많아진다. BBW는 "게다가 증시와 부동산시장 활황세 덕분에 실업사태를 겪지 않은 사람들까지 넉넉한 현금을 만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팬데믹 초기 돈을 쓸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그리고 최근까지 미국의 예금금리는 역대급으로 낮았다. 입출금통장이나 개인금고에 보관한 현금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게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BBW는 "올해 현금 보유량이 왜 증가했는지, 그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무엇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현금이 많아지면 연준의 금리인상에 잘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건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더 높이 올릴 수 있는 요인이 된다. 12월에 발표될 3분기 미국인 현금보유량 데이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미국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가처분소득에서 지출을 뺀 뒤 다시 가처분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 개인저축률은 2020년 17%였다. 이는 2차세계대전 와중인 1944년 27.9%를 기록한 이후 최대치였다.

미국인들의 9월 소비액은 연율 기준으로 17조6000억달러였다. 2020년 2월 14조8000억달러에서 다소 늘었는데, 인플레이션을 조정하면 역사적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연준에 따르면 소득 하위 5분위(20%) 계층의 경우 올해 상반기 현금 보유량이 전년 동기 대비 73% 줄었다. 반면 상위 1~4분위 계층의 현금 보유량은 모두 증가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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