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 독단행동땐 모든 결과 책임져야" … 일본 국내서도 반대 확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4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며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일본 국내는 물론 주변국 등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과 불신은 멈추지 않고 있다.

4일 일본 도쿄 닛폰프레스센터 건물 밖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한국 정치인과 어부들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정부가 2021년 4월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할 때부터 이를 지지해왔던 미국은 이날 국무부 대변인이 나서 "우리는 IAEA의 국제전문가 태스크포스가 일본의 처리수 방류 계획을 공정하고 사실에 기반을 둔 방식으로 평가·보고하려고 계속 노력해온 점에 감사를 표한다"고 해 사실상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중국과 태평양도서국 등에서는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분출됐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IAEA 보고서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결론 역시 전문가들의 만장일치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서 "성급하게 보고서를 낸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IAEA 보고서가 일본 오염수 해양 방류의 '부적'이나 '통행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일본측이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반드시 모든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 전문가 "IAEA 안전기준, 후쿠시마 오염수에 적용 불가" = 이날 우장하오 주일본 중국대사는 도쿄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해양 방류는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며 가장 안전하지도 않고 최선인 대책도 아니다"며 일본정부와 IAEA에 직격탄을 날렸다.

우 대사는 "2년 이상의 진행 상황을 돌이켜보면 일본 측이 결과를 미리 설정하고 증명과 추인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IAEA가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관계없이 일본 측은 이미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했고, 우리는 중간에서 어떠한 과학에 대한 존중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우 대사는 특히 IAEA가 오염수 방류에 정당성을 부여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IAEA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평화적인 원자력 기술의 이용을 촉진하는 국제기구"라며 "오염수가 해양 환경과 생물학적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평가하는 데 적합한 기구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IAEA는 일본이 져야 할 도의적 책임과 국제법상 의무를 면제해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한 글로벌타임스 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신문은 지난 6월부터 중국과 한국,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의 성인 남녀 1만163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일본을 제외한 10개국 응답자의 80% 이상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IAEA 보고서가 "방사성 핵종의 장기 축적과 농축이 해양 환경, 식품 안전, 국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물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면서 "학자들 사이의 우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IAEA가 언급한 안전 기준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폐수를 평가하는 데 적용되는 기준이며 고장 난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핵 오염 폐수와는 전혀 다르다"는 창옌챵 대련해사대학교 황해발전연구소장의 견해를 소개했다. 창 소장은 "그러한 핵 오염수를 평가할 국제기준이 없기 때문에 IAEA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한다"면서 "일본의 오염수 투기 계획은 일본 뿐 아니라 환태평양 국가의 어업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인근 지방의원들도 "방류 반대" = 이와 관련,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태평양 도서지역에서 대부분의 식량과 수입을 바다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230만명의 주민들 다수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바누아투와 파푸아뉴기니의 어민들이 보인 반응을 전했다.

지난 2년 동안 일본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협의해온 18개 태평양 도서국으로 구성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은 지난 1월 오염수 방류가 경제 기반이자 전 세계 참치의 주요 공급처인 이 지역 어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방류 연기를 촉구한 바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일본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후쿠시마현과 인접한 미야기현 의회는 이날 방류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일본 어민들의 반대 의사는 여전히 강하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3일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결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별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전국 어업협동조합연합회도 방류 반대에 뜻을 같이했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일본 JNN방송이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시민 1207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염수 해양 방류를 찬성하는 비율은 45%로, 반대(40%)보다 5%포인트 높은 데 그쳤다. 지난달 요미우리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찬성(60%)이 반대(30%)보다 2배가량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반대 여론이 크게 확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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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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