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면 왜 방류? … 30년 후도 검증?"

"국민 80% 반대, 정부 왜 반대 못 하나"

"오염수 방류 동의하고 수산물 막을 수 있나"

그로시 사무총장 방한 때 집중 질의 예상

예상대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종합보고서를 통해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일본측의 입장을 지지해줬다.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내용은 조만간 핵 오염수 방류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진보진영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정권 규탄-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정권 규탄 및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정부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오히려 일본 측을 두둔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찬성하고 중국은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야권은 IAEA 보고서에 대한 신뢰성에 먼저 근본적인 의구심을 품고 있다.

4일 민주당은 IAEA보고서에 대해 "여러 민간전문가와 급히 검토한 결과 '후쿠시마 핵폐수 안전성 검증 못한 깡통 보고서'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다핵종제거시설(ALPS)에 대한 성능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IAEA가 시료채취한 오염수 분석에 대한 내용 역시 없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지적돼온 일반안전지침 GSG-8, 9 위반 등 오염수 해양방류의 정당성 확보, 최적 대안 여부 등에 대해서 검토하지 않고 일본정부에 책임을 떠 넘겼다"며 "핵폐수 해양투기가 피해보다 이익이 더 큰 것인지, 사회-환경-경제적 평가를 통한 최적의 대안인지 검토하게 되어 있지만 이를 방기했다"고 했다. 또 "해양 방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도된 오염수 유출, 방류시설의 고장으로 인한 비계획적인 유출 등에 대한 검토마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로 유일하게 확인된 사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결정과 배출에 대한 책임은 일본정부와 도쿄전략에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는 IAEA보고서 표지 뒷장에 적혀 있는 내용을 제시하며 '무책임 보고서'라고 했다. 여기엔 "이 보고서에 포함된 정보의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주의를 기울였지만 IAEA와 그 회원국은 보고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정의당은 "원자력 산업의 촉진을 목표로 하는 IAEA의 설립목적과 이로 인한 한계를 차치하고라도 이번 보고서에서 보여준 검증의 한계가 명확하다"며 "일본 정부가 IAEA에 백만 유로 정치자금을 제공했고 보고서 내용을 미리 입수해서 일부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있다는 IAEA 일본 매수설이 파다하다"고 했다. 일본이 미국 중국에 이어 출연금이 많은 IAEA의 대주주에 해당되는데다 IAEA가 '원자력 산업 진흥기구'라는 점, 이 조사를 일본이 IAEA에 요청해 이뤄졌다는 점 등을 들어 '객관성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안전하면 왜 방류하나? =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왜 바다에 쏟아내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2018년 11월 13일 IAEA전문가 그룹이 일본에게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처리와 관련한 5가지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20년 2월10일 해양방출(34억엔), 수증기방출(349억엔), 수소방출(1000억엔), 지하매설(1624억엔), 지층주입(3979억엔) 등 다섯 가지의 오염수 처리 방안을 검토하여 IAEA에 제출했다. 그러고는 해양방출을 선택했다.

정의당은 "일본의 오염수 무단 투기 계획은 돈 몇 푼 아끼려고 일으킨 해양범죄행위임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며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일본이 태평양 연안국들의 해양주권과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해양투기가 아닌 육지에 보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오염수를 평화탱크에 보관하자"며 "2060년까지 총 비용이 5000억~7000억원정도 소요되는데 핵오염수에 영향을 받는 국가들과 함께 '평화의 안전탱크'를 위한 국제연대기금을 형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30년 후도 검증됐나 = 오염수가 방류되기 시작하면 최소 30년간 방류가 이어질 전망이다. 오염수 문제가 미래세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우원식 의원은 "일본 정부가 30년 이상 방출하겠다고 하는데 30년 이후의 바다가 안전하다고 제대로 검증된 게 있냐"며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닷물과 희석돼 문제없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먹는 것이 바닷물이 아니라 생선 등 바다생물"이라고 했다. 그는 "희석시킨다고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괴담"이라며 "일본 핵폐수 방류를 용인함으로써 얻을 국익이 뭔지를 국민께 설명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라고 했다.

◆일본 국민들도 반대하는데 우리가 왜 찬성하나? = 일본 국민들도 반대하는 오염수 방류를 우리나라가 반대입장을 명확히 내지 않은 것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정의당은 "우리 국민의 85%가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무단투기를 묵인하고 방조한다면 일본정부의 무단 투기 공범이라는 딱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무단투기에 대해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5월 19~2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에 의뢰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5.4%의 국민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했다.(찬성 10.8%,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00명 대상)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8세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까 걱정되는지'를 물은 결과 '매우 걱정된다'가 62%, '어느 정도 걱정된다' 16%로 우려하는 층이 78%로 나왔다.

단식 10일째를 맞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일본은 비용절감이라는 국익을 챙긴다지만, 우리가 해양방류에 동의하면서 얻는 국익은 무엇인가"라며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능이 인간과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면 안전성을 확신한다고 장담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금지 가능할까 = 송기호 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원내대책단 부단장은 "IAEA종합보고서에 동의하는 것은 지금의 후쿠시마 바다에 오염수가 방출되어도 후쿠시마 수산물이 방사능 위험에서 안전하다는 IAEA의 판단을 한국이 수용한다는 것"이라며 "후쿠시마 바다와 수산물의 방사능 위험성을 이유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없다. 정부브리핑처럼 별개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송 부단장은 "IAEA종합보고서의 핵심내용은 처리수 해양 방출 방사선 환경 영향평가에서 후쿠시마 수산물 안전성을 승인했다는 것"이라며 "IAEA는 일본인 평균 1일 어류 섭취량을 크게 초과한 성인 190g, 유아 97g, 영아 39g의 후쿠시마 수산물을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일본 REIA를 승인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는 원전 사고 이후 아무런 통제 없이 흘러나온 방사성 물질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일본 정부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실행하려는 오염수 방류와는 별개"라고 했다.

한편 오염수 방류 이후의 정부대책에 대한 의구심도 걷히지 않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방류에 사실상 찬성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과연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해수 방사능 감시기 작동 여부·핵물질 오염수 대비 위기 대응 매뉴얼 등에 대한 정부의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또 피해 수산업자에 대한 지원대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진보진영은 정부와 함께 라파엘 그로시 IAEA 방한 때 집중 질의해 답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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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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