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판결문으로 본 ‘대북송금’ 유죄 이유

1심 “김성태 진술 인정 … 이화영 진술 배제”

#1 “피고인 방용철 및 김성태, 안부수 전문진술의 원진술자인 김성혜, 김영철, 리호남의 각 진술은 그 진술을 하였다는 것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다.”

#2 “국가정보원에서 (김성태 등) 대북사업을 이용한 주가조작 가능성을 검증하였다고 볼 정황도 뚜렷하지 않으므로, 국가정보원의 선제적 조치만으로 김성태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된다고 볼 수는 없다.”

내일신문이 12일 입수한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의 365쪽에 이르는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대한민국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보다 북한인사 전문진술의 신빙성을 더 인정해 이 전 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영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가 피고인 김성태 등 전문진술로 인정한 북한 원진술자는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위원장, 김성혜 조선아태위 실장,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리호남 국가안전보위부 공작원 등이다. 전문진술이란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라고 제3자가 전하는 것으로 재판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피고인 김성태(전 쌍방울그룹 회장), 방용철(전 부회장), 안부수(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세 사람의 진술이 “구체적으로 일관되며 상호 부합한다”며 북한 인사의 발언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3인의) 진술 자체 또는 전체사실 인정사실을 비롯해 객관적 사실관계와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며 “허위 진술할 뚜렷한 동기도 찾기 어려운 점에서 그 신빙성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국정원의 비밀문건에 대한 증거능력은 배제했다. 국정원 문건으로 보면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사업에 직접 관련성이 없지만 이를 배척하면 판단을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국정원 문건에는 ‘쌍방울그룹이 안부수의 권유로 대북 의류지원사업 및 경협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라는 취지로 기재돼 있다”면서도 “국정원 문건의 기재만으로 방용철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정원은 2019년 1월경 안부수 주변인물의 주가조작 실행 가능성과 이에 따른 국정원 연루설 가능성으로 인해 안부수와 협조관계를 종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같은) 국정원의 선제적 조치만으로 김성태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더불어민주당 대표)와 2번에 걸쳐 직접 통화했다고 인정했다.

판결문에는 통화에서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에게 “경기도 스마트팜 500만달러”와 “(이 대표와) 저도 같이 방북을 추진하겠다”고 한 진술이 담겨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첫 통화는 2019년 1월 17일 쌍방울과 북한 조선아태위 간 협약식이 있던 날이고, 두 번째 통화는 2019년 7월 25~2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태평화 국제대회 기간이다.

이에 수원지법은 지난 7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에 벌금 2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 평화부지사 지위를 이용해 쌍방울 대북사업을 적극 지원해주겠다는 의사를 비치며 사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하고 결국 북한 조선노동당에 자금을 지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남북평화 조성을 위한 교류협력사업 추진이라는 정책적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화영 판결문’은 지난 7일 수원지법의 열람과 제공 제한 결정으로 사건 당사자인 피고인과 변호인, 검찰이 아니면 볼 수 없다. 판결문에는 국정원 2급 비밀이 상당내용 담겨져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판결이 편파적이고 검찰의 증거를 취사선택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항소장을 낸 만큼 향후 항소심 공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도 이화영 판결문 검토를 마치는 대로 항소와 함께 이 대표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제3자뇌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기소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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