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사기도 여전

'국세청 세금 환급' 사건이 국내 첫 보이스피싱 범죄로 2006년 적발된 이후 납치를 가장한 사기, 수사기관을 사칭한 범죄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가장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은 대출사기다.

저금리 상황을 이용해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서민들을 노리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어려운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이 겪는 충격의 강도는 더 크다.


김 모씨는 여러 곳의 대부중개업체를 운영하면서 대출알선을 의뢰했던 고객들의 정보를 토대로 보이스피싱을 벌였다. 김씨는 이 모씨와 정 모씨 등을 팀장으로 끌어들여 중국 청도의 한 아파트에 콜센터를 마련해 이들에게 대부업체 정보를 넘겨주고 보이스피싱을 시켰다.

이씨와 정씨는 은행 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걸어 "지금 3금융권에서 대출 쓰고 있는 게 있으시죠. 이번 박근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국민행복기금으로 대환 대출을 하면 저금리 대출 사용이 가능하다"고 속여 대출신청서 등을 인터넷 팩스로 받았다.

이씨 등은 즉시 인터넷 '마이크레딧'을 통해 피해자의 신용등급으로 사금융업체에서 400만원 가량을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씨 등은 다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 가능 여부를 심사하는 직원인 것처럼 소개하고 피해자의 공인인증서 ID와 비밀번호 등을 알아냈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다시 전화해 "신용평점이 조금 모자라 대출이 불가능하다"며 "신용평점을 올리려면 사금융업체에서 400만원을 빌려 즉시 갚으면 평점이 올라간다"고 속였다. 피해자가 대출을 받자 즉시 공인인증서 등을 이용해 대포 통장으로 400만원을 이체해 인출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피해자 83명이 7억4000만원의 사기를 당했다. 지난 1월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의 곤궁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범죄로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이씨와 정씨에게 각각 징역 2년6월과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범죄를 기획하고 주도한 김씨는 중국에 있어 검거 하지 못했다.

성매매를 빙자한 보이스피싱도 여전히 극성이다. 미용사인 류 모씨는 보이스피싱조직에 포섭돼 대포통장과 연결된 체크카드를 받고 현금지급기에서 인출을 하는 인출책을 맡았다. 중국의 보이시피싱 조직은 지난해 4월 안 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출장 마사지인데 아가씨 1명과 만날 수 있다. 아가씨를 만나려면 90만원을 선입금하라"고 거짓말을 했다. 안씨는 안내받은 계좌로 돈을 송금했고 류씨가 돈을 인출했다. 류씨가 가담한 범행에 엮인 남성들은 15명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류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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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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