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예비비 등 가용재원 활용"

민주당, 국가재정법상 '대규모 재해'

예상치 못한 폭우로 인명, 재산 피해가 확대되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놓고 여·야 이견이 팽팽하다. 하지만 피해 지원과 복구에 대규모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데다 폭우가 끝나지 않아 피해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경편성에 힘이 실린다.

'감염병 막자' 공주 침수지역서 방역소독 한창 | 19일 충남 공주시 방역기동팀이 지난 13∼15일 쏟아진 폭우로 침수됐던 옥룡동 일원에서 감염병에 예방을 위한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공주=연합뉴스


게다가 폭우 이후 폭염 등 재난에 가까운 재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업계와 소상공인 지원,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취약계층 지원 등에도 재정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뎌지는 경기 회복에 세수 부족까지 겹치면서 재정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추경편성 시점을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야당을 중심으로 나온다. 하지만 아직 정부와 여당은 유보적이다. 예비비 등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9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경제대변인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장에 가서 보면 이번 폭우 피해는 그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면서 "국가재정법의 추경 편성 요건인 '대규모 재해'에 해당돼 폭우 피해와 복구를 위한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으로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해 놨다. 주로 취약계층에 대한 이자, 에너지요금 부담 등을 줄여주는 '민생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추경 편성 요건'에 끼워 맞추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폭우'는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경북 예천 산사태 현장 점검 결과를 공유하며 "전례 없는 이상기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은 버려야 된다"고 했다. 이번 폭우가 '대규모 재난'이라는 인식을 보여준 셈이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하반기 경제 상황과 원활한 수해 복구를 위해서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홍수 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커져서 추경 편성의 필요성이 더욱 더 분명해졌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추경에 유보적이다. 예비비 등 가용재원을 우선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재난대응 등 유사시에 대비해 마련해 둔 예비비 재원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당장 생활이 어려운 이재민에 대해서는 긴급생활안정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호우 피해지원과 추경은 관계가 없다. 추경을 편성해 실제 집행하기까지는 최소 두 달은 걸리는데 긴급지원이 가능하겠느냐"면서 "긴급지원을 위해서는 예비비 등으로 쓰면 되고, 아직 여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재난 관련 재원, 예비비 등 정부의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예비비 활용 등을 통해 재해복구와 우선적 예방 관련 사업을 먼저 실시하고, 내년 예산에도 우선적으로 충분히 반영되도록 적극 챙기겠다"고 했다.

"폭염·오염수 방류·고금리 지원도 임박" 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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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성홍식 김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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