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확산, 첫 유죄 판결도 대만인 … 지난해 피해자 20~30대가 최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2003년 대만에서 크게 사회적 문제가 됐고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자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 등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국내 보이스피싱 사건은 지난 2006년 처음 발생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만 국적의 엽 모씨의 '세금환급' 사기 사건이 첫 유죄 확정 판결로 기록되고 있다. 엽씨는 2006년 8월 중국인 남성 2명과 조선족 여성 1명, 한국인 남성 1명 등과 함께 6차례의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러 55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엽씨는 조선족 여성을 시켜서 피해자 한 모씨에게 자동응답전화(ARS)로 전화를 걸어 "서울국세청인데 2002년 세금 낸 것을 환급해 준다"라고 말했다. 한씨는 전화번호 버튼 9번을 누르면 국세청 직원과 연결된다는 말에 속아 9번을 눌렀고 조선족 여성은 "국세청 직원이다. 세금을 환급해 주겠다.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주면 국장이 전화한다"고 말했다. 얼마 후 한국인 남성이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국장인데 환급금 56만원을 둘려주려고 한다. 카드로 찾아야 하기 때문에 신용카드와 휴대전화를 갖고 은행으로 가라"고 했다. 한씨는 현급자동지급기 앞에서 전화를 했고 남성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계좌에서 850만원을 계좌이체했다. 해당 남성은 "30만원 정도를 넣었다"고 말한 뒤 "다른 카드가 없느냐"고 했고 다른 카드를 통해서 130만원을 추가로 이체 받았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당하지 않을 수법이지만 보이스피싱이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에는 쉽게 속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엽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에도 국내에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고 중국 대만 등의 국적인들이 해당 범죄만을 목적으로 입국해 대한민국을 해당 범죄의 적합지로 볼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엽씨는 2심에서 형량이 줄어 징역 1년 6월형을 받았다.

보이스피싱 사기 초기에는 이처럼 국세청을 사칭한 세금환급 사기를 벌이거나 자식을 납치했다고 속여 돈을 송금하게 하는 협박형 범죄가 주를 이뤘다. 이후 수사기관 등을 사칭해 계좌가 범죄집단에 넘어갔다며 계좌정보를 빼낸 뒤 돈을 이체하거나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보이스피싱 사건이 잇따르는 등 시대에 따라 유형을 바꿔가며 범행이 이어지고 있다.


◆연령층 상관없이 당해 = 보이스피싱은 연령층에 상관없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전체 피해의 19.5%를 차지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다음은 20대로 18.8%를 차지했다.

흔히 노인층을 상대로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60대 이상 노인층이 전체 피해자 중 35%인데 반해 20~30대 젊은 층이 36.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과 비교해 20~30대 피해자는 27.4%에서 36.8%로 증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화통화 후 특정 인터넷 사이트로 유도, 금융정보 등을 입력하고 금원을 편취하는 인터넷 결합형 보이스피싱 발생의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활동 연령층인 40~50대 피해 역시 28.9%를 차지해 전 연령층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피해자 중 여성이 64.5%로 남성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을 보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남성보다 여성의 공감성향이 강하고 자녀납치 빙자유형의 경우 피해자가 여성이 많은 점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피해자 81%가 서민 = 피해자의 대부분은 서민들이다. 지난해 경찰청이 분당서, 안양동안서, 포천서, 양평서 등 4곳 경찰서의 피해자들을 분석한 결과 회사원이 129명으로 가장 많고 가정주부 46명, 무직 및 자영업자가 각각 23명씩, 일용직 12명,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10명, 공무원 7명, 농·임·수사업자 4명, 학생 3명 등 피해 직업군도 다양했다.

회사원과 자영업자, 전업주부 등이 다른 직군에 비해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업군 인원에 비례해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의사·변호사 등의 전문직과 공무원 등의 피해도 6.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4월 지방의 한 법원장이 "아들이 납치됐다"는 전화에 속아 6000여만원을 사기당한 사건으로 보이스피싱이 국민들에게 크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의 81.1%는 서민계층에 해당하는 등 보이스피싱은 대표적인 민생침해범죄"라며 "일반 회사원과 가정주부 등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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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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